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로 통하는 인기 아파트로 집값 하락세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5차(사진) 전용면적 100㎡는 지난달 30일 2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실거래가인 28억9000만원(2021년 2월)보다 2억원 넘게 내린 가격이다. 이 거래가 공개된 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압구정 불패’ 신화가 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5차 인근 미성2차 전용 74㎡는 현재 이전 최고가(32억10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싼 23억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압구정동에서도 재산 분할 등을 이유로 시세보다 3억~5억원 낮은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한양5차 맞은편 구현대6·7차 전용 144㎡는 이전 최고가(50억원, 2022년 2월) 대비 4억원 가까이 떨어진 46억5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시세를 주도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달 16일 34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40억5000만원, 2021년 12월)보다 5억7000만원 하락했다. 이는 2020년 하반기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내년엔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던 집주인들도 호가를 수억원씩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맞은편 은마 전용 76㎡는 재건축 추진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3일 이전 최고가(26억3500만원, 2021년 11월) 대비 8억원 가까이 떨어진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강남 등 인기 지역 아파트도 가격 하락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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