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후보 추천 거쳐 연내 확정
KT 심사위는 13일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자신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는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사회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키로 결정했다.KT 정관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 3개월 전까지 차기 대표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KT 관계자는 “연내 후보 선발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만큼 공개모집 절차 대신 지배구조위원회 혹은 심사위가 다른 후보를 추천해 구 대표와 함께 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선을 통해 정해진 차기 대표 후보는 정기 주총에서 확정된다.
구 대표는 지난달 8일 연임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는 “2~3년 동안 진행돼온 변화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연임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정관에 따라 심사위를 꾸리고 구 대표에 대한 우선 적격 심사를 벌였다.
당초 업계에선 구 대표가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구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20년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전환(DX)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디지코와 B2B 매출 비중은 별도 서비스 전체 매출의 40%를 넘었고, 시가총액도 취임 당시 6조9000억원 수준에서 10조원 안팎까지 증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앞세워 콘텐츠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심사위도 이 같은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 우려 ‘정면 승부’
구 대표가 단독 후보 추천 대신 경선을 택한 것을 두고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복수 후보 심사가 가능한지를 검토, 요청했다고 KT는 밝혔다. 여기서 말한 주요 주주는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35%)을 가리킨다. 소유분산기업은 KT나 포스코처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내부자에게 유리한 KT의 경선 방식을 문제 삼았다. 구 대표가 ‘힘든 길’을 자처한 것은 심사 과정에서 나온 우려를 해소하고 연임의 당위성을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외풍’을 사전에 막고 연임 기간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구 대표를 제외하고 4명(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이 가운데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한 3명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두 번째 임기를 끝까지 채운 사람은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이석채 전 회장과 남중수 전 사장은 연임 도중 검찰 수사를 받아 중도 사퇴했다. 구 대표는 황 전 회장 당시 불거진 ‘국회의원 후원금 쪼개기 지원 사건’에서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1500만원의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하고 법원에서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승우/이상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