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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흔들리는 日 자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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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자산시장에서는 ‘부의 유출’과 ‘부의 고령화’라는 두 가지 흐름이 두드러진다. 부의 유출은 일본의 부가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도피 현상을 말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엔화 가치가 한때 32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폭락한 영향이다. 올 3분기 해외로 빠져나간 부는 연율 환산 19조7284억엔(약 189조원)으로 추산된다.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자본도피를 주도하는 세력은 개인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일본 개인들의 외환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사상 처음 1000조엔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의 하루평균 외환거래 규모(약 60조엔)가 일본 시중은행의 하루평균 외환거래 규모(55조엔)를 넘는다. 한국 외환시장 하루평균 거래액의 8배에 달한다.
3분기에만 189조원 유출
부의 유출과 함께 일본을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부의 고령화다. 작년 말 기준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2023조엔이다. 이 가운데 60%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일본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67%(금액 기준)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갖고 있다.

1989년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전체 주식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주식은 15%였다. 30년 뒤인 2019년에는 이 수치가 4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 성인 인구 가운데 70대 이상 비율은 10%에서 26%로 높아졌다. 인구의 고령화보다 주식시장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1989년 일본 개미투자자 가운데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연령층은 50대였다. 이 연령층이 1999년은 60대, 2019년에는 70대 이상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주식보다 부동산이 상속에 유리하다. 그래서 고령의 자산가는 재산을 물려줄 때가 되면 주식을 팔아 부동산을 산다. 고령자의 주식 비중이 커질수록 증시에 하락 압력이 거세진다.
활기 잃어버린 일본 경제
부의 고령화를 막으려면 젊은 세대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30대 미만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비율은 1% 남짓으로 추산된다. 1970년 무렵 개인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율은 미국과 일본이 약 40%로 비슷했다. 지난해 일본 개인투자자 비율은 16.6%로 50여 년 만에 반 토막 이상이 났다. 일본의 개인투자자가 급감한 건 ‘아베노믹스 장세’(아베 신조 전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주식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가 이탈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활황이던 시절 자산을 축적한 윗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돈이 없다. 있어도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 일본 마넥스증권 조사에서 30대는 미국 주식 비중이 58%로 일본 주식보다 높았다. 20대와 40대도 미국 주식 비중이 40%를 넘었다.

일본 증시에서는 주식을 최소 100주 이상 사야 한다. 주가가 8만엔 안팎인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800만엔이 필요하다. 주식을 한 주씩 살 수 있는 미국 증시에서는 20만원만 투자하면 주가가 150달러 안팎인 애플의 주주가 될 수 있다. 투자금이 넉넉지 않은 젊은 세대가 일본 시장을 떠나는 이유다.

부의 유출과 부의 고령화는 일본 경제가 활기와 매력을 잃어버린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다. 활력을 되찾지 못하면 한국이 조만간 맞닥뜨릴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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