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15일을 예산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못 박았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여야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만나 15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 의장은 “15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5일 기준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또는 (야당 단독)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 원안이든, 야당 자체 수정안이든 표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명세서 작성 시간까지 고려하면 14일에는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돼야 한다.
최대 충돌 지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지역사랑상품권·행정안전부 경찰국·임대주택 예산 등 주요 쟁점에서도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의견차가 너무 크고 접근할 만큼 접근해서 이젠 결단이 필요하지, 협의로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체 수정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예산 심의권은 국회에 있지만,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낼 경우 감액만 가능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은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세입은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민 생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민 감세안을 마련해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감세안 통과 의지를 내비치며 예산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 15일 본회의에서는 정부 원안과 민주당이 발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당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국회 과반 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정부안을 부결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대 국회에서 예산안이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적은 없어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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