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1.24

  • 20.61
  • 0.83%
코스닥

677.01

  • 3.66
  • 0.54%
1/3

[단독] '한전채 확대' 반대표 던진 김한규 "文정부서 전기료 못 올린 것 부끄러웠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국회가 지난 8일 본회의에서 한국전력의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현재 2배→최대 6배) 한전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소관 상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전법 개정안은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61명 중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51명이다. 이날 본회의서도 표결 전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양이 의원의 발언에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양이 의원 발언 전부터 법안을 보고 개인적으로 문제 제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주시을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지난 6월 보궐선거를 통해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등원 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인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적 판단으로 전기료를 올리지 않은 것에 반성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당시) 전기료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물가 영향 등을 이유로 전기료 인상에 미온적인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지금이라도 전기료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하는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본회의서 이례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는데. 혹시 양이원영 의원이나 다른 의원들과 사전에 논의가 있었나.

“저희가 사전에 논의한 바는 전혀 없었다. 어제 양이 의원이 발언하기 전부터 법안을 보고 개인적으로 문제 제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양이 의원이 말씀을 하셨다. 저희당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찬성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 반대표를 던지기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의사표시를 했다.”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뭔가.

“이 법안이 단순히 정부·여당의 정책이라서 반대한 건 전혀 아니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무적 판단으로 전기료를 올리지 않았다. 전기료 인상이 사회적 약자에 부담이 된다는 논리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반성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도 이런 고민을 하면서 (당시) 전기료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것에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찌감치 전기료를 인상했어야 했다는 건가.

“그렇다. 그때보다 지금은 발전원가가 훨씬 더 올랐다. 그러면 적어도 올해 중반에는 현실화를 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시장 논리를 더 중시하지 않나. 이런 건 이번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한전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발행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데.

“한전의 심각한 적자를 단순히 채권 발행한도 확대로 해결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전기료 책정 방식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은 발전원가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낮은 전기료 때문에 에너지 산업 자체가 발전을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을 못한다. 한전이 워낙 싸게 전기를 공급하니 사업자들이 기업들과 일대일 계약도 맺을 수 없다.”


▷정무위원회 소속인데, 채권 등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했나.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한전채의 과도한 발행으로 다른 사채 시장이 구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전이 발행한도를 크게 늘려 채권을 찍으면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연쇄적 효과에 대한 문제의식도 물론 갖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하나.

“단순히 한전 재무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에너지 산업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번에 채권 발행 한도 확대가 무산돼야 그 부분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전기료 개편에 대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당장 적자를 다 해결 못할 것 같으면 발행 한도를 조금 올릴 순 있다. 그렇게 접근을 한다면 다시 (법안을) 고민할 여지가 있겠는데. 이런 식으로 미봉책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서민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데.

“사실 산업용 전기료가 원체 싼 편이다. 물론 올리면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 산업구조에서 낮은 전기료로 수익을 내는 산업들이 꽤 있다. 이런 전반적 산업구조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용이 어렵다면 산업용을 올리되, 그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은 추가적으로 보전해주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이번 부결이)한전의 전기료 결정 구조와 에너지 산업, 나아가 낮은 산업용 전기료를 이용한 산업 경쟁력 전반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