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은 공직자 수사부서를 독립적으로 두고 검사가 직접 선거범죄를 수사합니다.”
제이콥 임 미국 LA카운티검찰청 부장검사(사진)는 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한인검사협회가 ‘미국 검사의 수사권한과 역할’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임 검사는 현재 전 세계 한인 출신 검사들로 이뤄진 비영리단체인 한인검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입법절차를 밟던 국면에서 “미국은 연방·주·지방 검사 모두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성명서를 내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이날엔 “미국 현황에 대한 설명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한국 상황을 평가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선거범죄 수사 기한에 대해선 “미국은 좀 더 완벽한 수사를 위해 한국보다 훨씬 긴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명재 미국 퀸즈카운티검찰청 검사도 “뉴욕에선 (선거 관련) 경범죄는 3년, 중범죄는 5년 이상의 공소시효를 적용하며 살인사건의 경우엔 아예 공소시효가 없다”고 했다.
한국의 선거범죄 공소시효는 6개월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상당수 사건이 시간에 쫓겨 막판에 처리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790명 중 공소시효 만료 1개월을 앞둔 지난달 이후 송치·송부된 사람만 600여명에 달했다.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금품 수수, 공무원의 선거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검사가 선거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선거사건 처리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세미나에선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니엘 안 전 미국 연방검찰청 검사는 “수사요원들은 40% 정도의 증거를 발견해도 유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해야하는 세계관에 살지만 검사는 합리적 의심 수준을 넘어 정확한 근거와 관련 수치를 본다”며 “범죄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조각(증거)이 필요한 지, 뭘 먼저 공격해야 하는지 등 전략 구상능력도 수사요원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 참여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미국에선 대배심 제도를 활용해 검사가 초기부터 수사에 적극 관여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대배심 제도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제로 판사의 참여 없이 검찰이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을 소집해 진행한다. 검사는 대배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고인과 증인을 불러내 진술 및 증거 제출을 강제로 요구할 수 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도 가능하다. 미국에선 검찰이 모든 유형의 범죄에 대배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 검사는 “은행 강도사건을 예로 들면, CCTV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은행 직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등 증거가 불명확한 상황에선 용의자와 주변 인물들의 진술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대배심에 불러내 반드시 진술하도록 만들면 혐의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