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운송거부 사태는 지난달 24일 파업 돌입 시점부터 노동문제이자, 정치문제였다. 처음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적용 업종 확대와 일몰 폐지를 거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 등 굵직한 안건을 여야가 주고받는 가운데 안전운임제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화물연대에 있었다”며 “사법처리 경고 등 정부의 강한 압박을 화물연대가 15일간 버틴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8일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정부안을 받아들이며 이 같은 기대를 저버렸다. 정치권에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진퇴양난 빠진 민주당
무엇보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여론이 악화됐다. 파업 이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는 동안 민주당은 떨어졌다.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공정에 의뢰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정당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운송거부에 들어간 11월 넷째주 민주당은 45.1%, 국민의힘은 33.6%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12월 첫째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41.9%, 민주당 37.9%로 뒤집혔다. 윤 대통령 지지율 역시 41.5%를 나타내 5개월 만에 40% 선을 넘어섰다. 화물연대 이슈가 길어질수록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가 이달 말 일몰을 맞아 사라진다는 점도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다. 강경론만 고수하다가는 안전운임제 확대는커녕 정부가 내놓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도 막히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소위에서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가 포함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이후 안건조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처리를 하려면 2주가 지나 일몰이 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노동계 연대도 균열
민주당은 이 같은 방침을 지난 7일 화물연대는 물론, 여당 지도부와도 공유했지만 민주노총과는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8일에도 몇몇 일간지에 화물연대 파업 지지 광고를 게재하고 새로운 투쟁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는 △8~9일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시위 △10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12일 서비스연맹 결의대회 △14일 2차 총파업 등의 계획이 줄줄이 담겼다.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알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민주노총과 법안 상정에 대해 논의할 의무가 있지는 않다”고 했다. 노동계에선 이번에 표출된 양측 간 불신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추가 업무개시명령으로 압박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문제와 관련해 원칙론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철강 및 석유화학 업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원칙 아래 업무개시명령 미이행 시 강력한 형사고발과 행정처분을 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국토위 의원들도 민주당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은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노경목/곽용희/이유정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