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기울어진 수능”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원점수 100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상 국어 만점은 수학 만점보다 11점 낮은 점수가 산출되는 것이다. 지난해는 국어와 수학 최고점이 2점밖에 차이 나지 않아 입시에서 두 영역의 영향력이 비슷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자의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는 올라가고, 쉬우면 떨어진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5점이나 하락했다. 지난해보다 훨씬 쉬웠다는 의미다. 1등급 커트라인도 126점으로, 전년(131점)보다 5점 내려갔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 대비 2점 하락하는 데 그쳤고, 1등급 커트라인은 133점을 기록해 4점 하락했다. 수학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며 “국어 만점을 받아도 수학에서 상위권 점수를 받은 수험자에게 뒤처져 역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국어도 이과생이 잘해
전통적으로 문과가 강하던 국어도 이과생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수학 영역에서 난도가 높아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선택과목(미·적분, 기하)을 고른 문과생은 약 14%인 데 비해 국어 영역에서 어려운 선택과목(언어와 매체)을 택한 이과생은 50.9%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더 어려운 선택과목을 골랐다면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데, 이과생들이 국어 영역에서도 어려운 과목을 골라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여기에 문과생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영어는 상위권 변별력이 사실상 없어졌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원점수 그대로 등급을 정하는 절대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선 상위 48.25% 안에만 들어도 3등급을 받았다. 국어와 수학은 상위 23% 내에 들어야 3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영어는 응시생의 절반이 3등급 이내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입시업계에선 이과생들은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무기로 문과 계열 학과에 대거 교차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학과 국어의 표준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지난 입시에서도 서울대 인문·사회·예술 계열의 정시 합격자 486명 중 44.4%인 216명은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과목인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했다. 임 대표는 “문과생은 교차 지원하는 이과생을 경계해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