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서경 씨(28)는 졸업 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후 올해 3월 한국폴리텍대에 입학했다. 폴리텍대 입학 전 코드 한 줄 작성해본 적 없던 'IT 문외한'이었지만 입학 10개월만에 하나금융 내 정보기술(IT)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에 입사했다. 하나금융티아이에 근무 중인 김혜주 씨(23)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폴리텍대 직업훈련 과정을 거쳐 입사에 성공했다.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를 선택해 취업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두 사례 모두 한국폴리텍대와 하나금융그룹이 손잡고 운영 중인 금융디지털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하나금융티아이 협약반'을 수료한 경우다.
한국폴리텍대는 하나금융티아이 협약반 취업률이 3년 연속 100%를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폴리텍대 협약반은 채용예정 기업의 직무를 분석해 맞춤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수료 전 테스트를 통과하면 채용이 보장된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고, 기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형태로, 한국폴리텍대는 협약반 형식의 하이테크과정(10~12개월)을 2019년부터 개설, 운영하고 있다.
맞춤교육·훈련의 성과는 높은 취업률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하나금융 맞춤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 62명 전원이 취업했다. 이 중 55명(88.7%)이 하나금융티아이에 입사했다. 다른 교육생들도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밀착 지원해 뱅크웨어글로벌, 우리FIS, 유안타증권 등 금융 정보기술 분야로 진출했다. 올해도 수료예정자 19명 중 17명(89.5%, 12월6일 기준)이 이미 취업을 확정 지었고, 이 중 15명이 하나금융티아이로 입사했다.
협약반은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 청년(만 39세 이하)이면 전공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누적 수료생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비전공자 38명(61.3%)이 협약반을 통해 디지털 금융 개발자로 새로운 진로를 찾았다. 회사가 원하는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10개월 동안 하루 평균 8시간(총 1200시간)씩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무 훈련을 받아 경력직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춘다.
높은 취업 성공률 배경에는 하나금융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8년부터 5년간 장학금 8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조재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목표에 발맞춰 첨단분야 학과 신설·개편 확대, 대규모 투자 등 속도감 있는 대응으로 기술교육 고도화와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폴리텍대는 내년 2월까지 2023학년도 2년제 학위과정, 직업훈련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