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한미약품이 과세관청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무료샘플’ 명목으로 받은 물품을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미약품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미약품은 일본 기업 아마노로부터 의약품 원료를 독점 수입해왔다. 한미약품은 아마노와 계약을 체결하며 구매물량의 일정 비율을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약정했다.
한미약품은 세 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공급받은 이 물품에 대해 단위당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수입 신고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이 상품이 무상으로 수입됐으므로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정해야 한다며 관세·가산세·부과세 총 1억8000여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한미약품은 이 과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아마노가 제공한 무료 샘플이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료샘플 명목으로 지급된 물품을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무료샘플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가격 할인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이 반드시 추가로 공급된다고 예정돼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추가로 공급받는 물품의 수량은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다”며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됐고 원고가 이를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