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합동조사에 나서자 나온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시작됐지만 제도적 기반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상당수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4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국내 첫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정식 공고를 통해 금지한 서비스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판매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대한 특정 의약품 처방제한 방안’을 공고했다. 지난 8월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선언적 내용에 그쳐 서비스 기준으로 삼기엔 현실적으론 역부족이었다.
국회에서 발의된 비대면 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표류하는 사이 관련 업계는 사실상 방치됐다. 부작용 위험이 큰 탈모약·여드름약 등을 적절한 진료 없이 처방하고,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하게 사후피임약을 판매하는 곳도 등장했다. 약 배송 서비스에선 무료 덤핑 경쟁이 불붙으며 시장질서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업계 차원에서 서비스 범위를 정하자는 정화 운동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기업이 늘면서 의료인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가 약사법 위반이라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닥터나우는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료법·약사법 등을 근거 삼아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조사하면 무더기 제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합동 조사가 개인정보를 넘어 세부 서비스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물론 코로나19 환자 편의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장점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컸다.
오수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엠디스퀘어 대표)은 “플랫폼 기업의 합법적 서비스 범위를 판가름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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