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동화 매진도 상승 요인"
올해 10월까지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는 256만대이고 이 가운데 253만대를 시장에 내보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생산은 9만5,000대, 판매는 5만7,000대가 증가했다. 그런데 내수 공급은 4만3,000대 줄어든 반면 수출이 10만대 증가했다. 이를 두고 환율 이익을 위해 일부러 수출에 매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숫자상으로는 내수 공급을 줄인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설명은 다르다. 매년 국내 생산량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내수와 수출 비중은 오랜 시간 40:60 정도를 맞춰왔다고 한다. 실제 코로나 이전 2019년에는 국내에서 320만대를 만들어 내수 39.4%, 수출 60.6%를 유지했고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2020년의 경우 생산 자체가 전년 대비 30만대 가량 줄었음에도 오히려 내수 공급 비중을 46%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도 전체 생산된 301만대 가운데 내수와 수출은 각각 41.8%와 58.2%로 비중을 유지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1~10월 누적 판매만 보면 외형적으로 수출만 주력한 것 같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저조했던 수출 기저 효과라는 입장이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대기 고객도 100만명이 넘는 만큼 일부러 수출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이다.
사실 수출 기업에게 있어 환율은 언제나 변수다. 현대차만 해도 올해 3분기 매출이 36조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중대형 고급차 판매 증대로 수출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6개월 전 달러당 1,250원을 받다가 지금은 100원 정도를 더 받은 효과도 일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친환경차 부문의 증가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기차 판매에 주력한 결과 올해 1~8월 배터리 전기차(PHEV 포함) 판매는 22만8,000대로 글로벌 5위에 올라섰다. 폭스바겐과는 불과 2만대 차이일 뿐이다.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외형적인 매출액 증가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이런 노력은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과 무관치 않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대로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31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307만대 판매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국내에서 만드는 완성차 전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12%까지 높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배터리 및 수소 전기차를 통해 ‘전기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에 오르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아이오닉6, 기아 EV6, EV6 GT 외에 추가로 SUV 형태의 전기차 투입을 앞둔 것도 전동화 전략의 결과물이며 제네시스는 앞으로 내연기관이 사라진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동화에 앞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충전 인프라다. 비싼 전기차를 사서 충전에 불편함이 발생하면 ‘프리미엄’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환경적으로 배출가스가 없음을 내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지만 이용 측면에서 불편함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요소가 아닐 수 없어서다.
그러자 이달 초 현대차와 롯데가 충전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3,000억원 규모의 돈을 모아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특수목적기업을 설립하고 이들은 롯데가 만든 충전기를 구입해 전국에 5,000기를 설치한다. 물론 이때 설치되는 충전기는 초고속용이다.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크다는 점에서 초고속 충전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롯데그룹의 전국 유통시설과 현대차 영업점 등에 초고속 충전기가 설치된다. 이동 수단과 충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할수록 시장 선점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처럼 양사가 협업해 충전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하면 남은 건 발전이다. 그때부터 현대차는 소형 연료전지를 충전기 옆에 설치해 전기를 공급하면 된다. 그렇다고 한국전력의 주력 전원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보조 전원이지만 점진적으로 주력 전원으로 바꿔가면 된다. 현대차가 수소를 자동차에만 한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전환기다. 하지만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즈니스 전략이기도 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동력 전환이 시작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면 오랜 시간 안정된 사업을 해왔던 탓에 '무엇'은 뒤로 하고 '어떻게'에 너무 매달려 결국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수송 부문의 동력 전환 시대는 안정보다 도전의 DNA를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