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까지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겠다”며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특검이 왜 꼭 필요한지를 이 장관 치하의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부실한 수사로) 증명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말로만 진상 규명을 외칠 게 아니라 이 장관부터 파면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월요일(28일)까지 파면에 관한 분명한 조치를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서 참사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 장관 거취와 관련해 시한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상민 사퇴’ 여론이 우세한 만큼 이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더라도 역풍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산결산안 심의와 쟁점 법안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도 깔렸다.
한 중진 의원은 “앞서 국회의 해임건의안 처리에도 대통령이 수용을 거부한 박진 외교부 장관 사례에 비춰, 탄핵소추안까지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월요일까지 파면 처리를 기다릴 것이고, 월요일까지 대통령과 본인의 입장이 없다면 화요일에 (어떤 조치인지)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통령실은 “진상 규명 결과를 지켜본 뒤 이에 맞춰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측근의 잇따른 구속으로 입지가 좁아진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강공으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자신과 가족의 은행계좌에 대한 검찰 조사를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털다 보면 계좌가 다 닳아 없어질 것 같다. 언제든 털어보라”며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느냐”고 맹비난했다. 이번주 들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측근 구속에 대한 ‘유감 표명’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검찰을 상대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대표가 ‘정면 돌파’ 의지를 굳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의겸 대변인은 백브리핑에서 “준비된 발언은 아니었고 끝나면서 답답한 마음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유감 표명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도 대장동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경찰에 고발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