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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역대급 폭증"…직장인도 뛰어드는 시험 뭐길래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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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31회 공인노무사 2차 시험 합격자가 전년도 합격자의 70% 수준인 227명이나 늘어나면서 노무사 업계와 수험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합격생 급증으로 신입 노무사 수습처 확보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반면, 수험가를 중심으로는 수험생 폭증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급증한 노무사 합격자 뒤엔 어떤 이슈가 숨어있을까요.
◆직장인도 뛰어든다...노무사 시험 인기 치솟아
25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인노무사 2차 시험 합격자는 549명입니다.

노무사는 노동법·노사관계 분야에 대한 자문이나 노동위원회 사건 대리를 하는 노무 관련 전문 자격사입니다. 노무사 시험은 1차 객관식, 2차 주관식, 3차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최종 합격이지만 3차에서 탈락하는 일은 거의 드뭅니다. 최근 5년간 3차에서 탈락한 사람은 2명뿐입니다.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자 숫자는 2018년에 300명대(300명)로 늘어난 이후 2019년 303명, 2020년 343명, 2021년 322명으로 300명대 초반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500명대로 급증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노무사 2차 시험은 원래 모든 과목 평균 60점만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입니다. 원칙적으론 선발 인원에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최소 합격자 수 제한은 두고 있습니다. 평균 60점을 넘는 수험생이 300명이 안 돼도, 최소한 300명은 뽑겠다는 뜻입니다. 2018년 인력공단은 최소 합격 인원을 250명에서 300명으로 늘린 바 있습니다.

시험 출제와 채점 등을 주관하는 인력공단은 이번 현상에 대해 "노무사 시험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수험생이 급증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무사 시험은 1차도 절대평가입니다. 게다가 합격률이 50%를 웃돕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다 보니 최근 1차 시험 지원자와 합격자가 모두 급증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2022년 노무사 1차 시험 출원자는 지난해보다 1259명이 증가한 89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제1회 시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다 기록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올해 2차 시험 응시자도 지난해 3000명대에서 올해 5000명대로 늘었고, 합격자 급증도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절대평가' 탓이라는 공단의 설명대로라면 응시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도 500명대 이상을 계속 뽑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노무사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신입 노무사 실무 수습처 확보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노무사는 수습을 마쳐야 등록을 하고 업무를 개시할 수 있는데, 영세한 노무 법인들이 수습 교육에 여력이 없어 노무사회 차원에서 골머리를 앓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노무사가 급증하면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져 노무사 업계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번 합격자 발표 이후 공단에는 노무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18년에 노무사회와 고용부가 최소 합격자 수를 250명에서 300명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합격자 숫자는 300명대로 유지하자"는 점에 의견을 모은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기도 합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년 노무사자격심의위에서 정하는 선발 규모를 감안해 시험이 관리될 필요가 있는데 이번에는 너무 큰 폭으로 합격자 수가 증가했다"며 "공단과 함께 원인 분석을 해 향후 적정 인원이 선발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앤장도 노무사 대거 채용...'인기 폭발'
노무사 열풍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노동정책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확산했습니다. 또 노동 관련 사건을 법원에서 해결하는 '사법화' 현상이 가중된 것도 여기에 이바지했습니다.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성과급의 퇴직금 포함 이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다양한 인사 노무 이슈가 폭증하면서, 복잡한 법리에 골머리를 앓던 기업은 물론 권리 의식이 증가한 근로자들이 전문가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노무사를 대거 채용한 김앤장을 비롯한 국내 대형 로펌들도 본격적인 노무사 채용에 나섰습니다. 대형 로펌 사이에서는 노무 분야가 주력 분야로 발돋움하면서 이런 현상이 가중됐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노동팀을 보유한 로펌은 '김앤장'과 '광장' 정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전벽해입니다.

게다가 사법시험이 사라지고 로스쿨이 들어서면서 시험만으로 자격증을 주는 노무사가 '제2의 사법시험'으로 여겨지면서 전성기를 누린다는 전언입니다. 로스쿨처럼 일정 기간 재학해야 하거나 비싼 등록금 걱정에 치이지는 않아도 되니, 전문 수험생은 물론 인사·노무 분야에 종사했던 직장인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사법고시 수험생들이 차지하던 고시반을 노무사 수험생이 채우고, 노무사 합격자 명단이 대학 벽보에 붙는 모습도 관측됩니다.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들도 노무사 합격생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론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노무사 시장의 파이 자체는 크지 않은 것도 한계입니다. 수임료나 자문료가 변호사 등에 비하면 크게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변호사는 물론 행정사들도 노무 업무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변수입니다. 노동위원회를 넘어 법원에서는 소송 대리권을 갖지 못한 것도 한계입니다.

이 때문에 노무사회는 최근 법무법인 소속 노무사들에게 직무개시 등록증발급을 중단했습니다. 대형 로펌들이 노무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기존 노무사 시장을 위협하자 반격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그밖에 노무 업무를 대리한 행정사들을 고발하고 노무사의 권한 확대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등 직역 수호에 나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가를 중심으로는 이번 합격생 급증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험생들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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