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았습니다."24일 오후(한국시간) '마스크 투혼'을 펼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마친 뒤 몸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손흥민은 이날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2일 경기를 치르던 중 안와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은 지 3주 만이다.
손흥민은 회복에 족히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월드컵 출전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손흥민은 검은 보호대를 쓴 채 나타나 월드컵 승리에 대한, 또 팀의 주장으로서 책임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마스크를 써 불편한 상태로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경기 후반 상대 수비수에게 오른발 뒤를 밟혀 신발이 벗겨지고, 또 양말까지 찢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뛰었다. 최근 부상으로 부상 재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법도 했지만, 그의 눈빛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나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나만 특별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라며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고, 우리의 목표와 선수들의 도움 덕분에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통증도 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얼굴 부상으로 볼 경합 등에 불편함은 없었냐는 질문엔 "맞으면 맞는 거다. 축구를 하다 보면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면서 "내가 경합을 안 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FIFA 랭킹 28위 한국은 이날 강호 우루과이(14위)와 0-0으로 비겼다. 아쉽지만은 않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상당히 아쉬워하는 분위기"라며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고, 공정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루과이가 승점 3을 가져갔어도, 내 입장에선 우리가 3점을 가져갔어도 되는 경기였다"고 했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은 "출발이 좋다고 월드컵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파울루 벤투 감독님도 항상 선수들에게 '첫 경기가 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부담감을 털어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며 "이 월드컵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