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 모씨(36)는 최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14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했다. 지난해 연말 특급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12월 초부터 품절되는 것을 보고 올해는 눈여겨보고 있다가 예약이 개시되자마자 주문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연말을 바깥에서 요란하게 보내는 게 부담스러워 홈파티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돼 밖에서 연말을 보낼까 했더니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가 형성돼 올해도 어렵겠다 싶다.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가족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비싼 가격이지만 예약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이 2022년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파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올 연말에도 조촐한 '집콕 크리스마스'가 예상돼 럭셔리 케이크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5성급 호텔 한정판 케이크들은 일반 베이커리보다 2~3배, 많게는 7~8배 비싸지만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행복을 추구하는 현상)' 수요가 몰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주 들어서면서 주요 특급호텔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한정판 케이크를 내놓고 예약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25일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구매 문의가 몰리고 있다. 일부 케이크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직 예약 개시를 하지 않은 신라·조선팰리스·롯데호텔 등에도 벌써부터 예약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애초에 저렴한 가격도 아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은 더 올라가는 추세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은 다음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조선델리) 가격을 8만5000~14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가장 가격대가 높은 케이크가 12만5000원이었는데 더 인상됐다. JW메리어트호텔 동대문스퀘어 서울은 18만원짜리 케이크를 내놨다. 지난해 가장 비싼 케이크가 8만5000원이었지만 2배 넘게 값이 뛰었다.
올해 원유(原乳) 가격이 올려 유업체들도 우유값을 따라 올리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여파로 케이크 가격이 더 뛰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7일부터 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생크림과 버터 가격도 각각 10%, 7% 비싸졌다. 같은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역시 흰 우유(900㎖) 출고가를 평균 8%가량 올렸다.
특히 소비자들은 지난해 가장 비쌌던 조선팰리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올해 얼마나 할지 궁금해하는 분위기. 작년 이 호텔에서 판매한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의 가격은 무려 25만원에 달했다.
3년째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급호텔 케이크를 예약하고 있다는 프리랜서 윤모 씨(33)는 “포장을 풀었을 때 화려한 케이크가 등장하면 파티 분위기를 돋울 수 있다. '언박싱' 때부터 같이 케이크를 먹는 이들이 신기해하고 SNS(소셜네트워크소비스)에 올리면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보여 즐겁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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