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전철 신림선 역세권 아파트 단지들이 부동산 침체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경전철 개통으로 낙후된 교통 여건이 개선되자 주거 수요가 늘어나고 각종 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22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달 신림선 종점인 관악산(서울대)역 인근 건영3차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에 비해 1000만원 오른 전세금 5억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경전철 개통 후 6개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고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 역세권에 있는 지은 지 20년 된 대방대림아파트 전용 84㎡ 전셋값도 7억원대를 유지하면서, 전셋값이 8억원대에서 6억원대로 하락한 인근 신길뉴타운 신축 단지와 시세가 역전됐다.
신림선 개통 전 관악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았지만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은 2호선밖에 없는 대표적인 교통 낙후 지역이었다. 하지만 신림선 개통 효과에 힘입어 부동산 침체장에서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 주변 삼환아파트 전용 59㎡의 매도 호가는 9억원가량으로, 최고 거래가 9억9000만원 대비 하락폭 10% 선에서 버티고 있다. 신길동 S공인 관계자는 “삼환아파트는 신림선 개통 전 저평가됐었기 때문에 내림폭도 작다”고 전했다. 반면 삼환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신길뉴타운의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59㎡는 작년 한때 13억원까지 올랐던 호가가 9억9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신림선을 계기로 지역 개발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관악산과 도림천 사이 낙후 지역인 신림1구역에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해 4104가구 규모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신림현대, 대방대림 등 신림선 역세권 대단지들의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림선 주변은 여의도나 강남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