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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초비상’이다.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200여 개의 원유·가스·인프라 분야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을 외국인이 팔 경우 매도액의 1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과세 대상인 200여 개 상품(종목)엔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ETF가 대거 포함돼 있다. 상당수 서학개미가 올 연말까지 ‘손절’에 나서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판이다.
美 주요 원자재 ETF 투자자 ‘세금 폭탄’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은 고객들에게 “미국 국세청(IRA)이 ‘Section 1446(f)’ 규정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여 개의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종목을 10% 원천징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공지했다. 이들 증권사는 “세금 납부를 원하지 않을 경우 해당 종목을 12월 30일 이전까지 매도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알렸다.PTP는 원유·가스·금·은 등 천연자원이나 부동산·인프라 분야에 파트너십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을 뜻한다. 미국의 주요 원자재 관련 ETF들이나 유한책임회사(LP) 형태로 상장돼 있는 인프라·에너지 기업이 주로 포함된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PTP엔 서학개미들이 많이 거래하는 ETF가 대거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거래한 미국 종목 16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 가스’(BOIL)와 31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UVXY) 등이다. BOIL의 경우 3개월간 국내에서만 4억달러(약 5430억원)가 거래됐다. UVXY는 2억6000만달러어치 거래됐다. 같은 기간 애플이 20억달러가량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BIP), ‘블랙스톤 미네랄스’(BSM) 등 글로벌 인프라·광산 투자 종목도 PTP 원천징수 목록에 들어갔다.
“손실 피하려면 연내 매도해야”
증권업계는 이번 미국 정부의 정책을 원자재 관련 상품에 대한 단기 트레이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원자재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노렸던 투자자가 많았다. 내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익과 관계 없이 매도할 때마다 세금을 부과해 관련 거래를 사실상 틀어막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니켈 시장 등에서 단기 해외 자금이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같은 상황을 막으려는 법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미국 내 전통 에너지 및 자원 관련 투자 상품에 해외 자금이 쏠리는 걸 막기 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현재로선 세금을 피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큼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종목을 다음달 12월 30일까지 매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200여 개 종목 중 100여 개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관련 상품(종목) 보유 금액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다.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는 올 연말까지 보유 종목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손절’하거나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원자재 ETF 등을 통해 자산 배분을 해온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크다는 전언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