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열려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모색하는 시기다. 올해는 27차 회의(COP27)로 이집트의 휴양도시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세계가 에너지 위기로 몸살을 앓는 시기에 열려서인지 관심도가 다소 떨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네옴시티’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수소산업계 움직임도 바쁘다. 우리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20개국 수소협회로 구성된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는 COP27을 앞두고 수소경제에 민간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주요 과제와 정부의 역할을 포함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에 포함된 각국의 수소경제 이행 현황을 보면 미래 수소경제에 대한 확신과 투자가 가시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을 벗어나려는 유럽연합은 2030년 청정수소 사용 규모를 2000만t으로 당초보다 2배 이상 늘려 잡았고 영국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미국은 청정수소 생산 분야 정부 보조금을 ㎏당 최대 3달러까지 지급해 2031년까지 경제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호주와 칠레, 캐나다는 수출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수전해 설비 확충에 나서며, 네덜란드는 수소 교역 중심 국가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수소 활용도 다양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차를 5만 대 이상 보급하며, 일본은 수소로 전력을 생산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에 이어 독일의 BMW가 수소차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고, 노르웨이는 수소 추진 선박 개발에 열심이다. 올 8월부터 독일 남부에서 14대의 기차가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고 있으며,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비행기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대규모 수전해 설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으며 최종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세계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수소 분야에 2030년까지 7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그중 3%만 지출됐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GHIAA는 각국 정부에 비전을 넘어 이를 실현할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펼 것을 주문한다. 정부가 이번에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과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에 의지를 보인 것은 시의적절하다.
내년은 수소경제 전환점이 될 중요한 해다. 정부가 10차 전력수급계획에 발전 부문의 미래 수소 사용량을 정하면 수소발전 입찰 시장이 개설되고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수소 투자가 신속히 재개될 것이다. 수소차 보급이 승용에서 버스나 트럭 같은 상용차로 확산하면 충전 인프라 구축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법에 정한 청정수소인증제도가 확정돼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투자와 해외 도입 계획도 구체화된다.
수소는 다양한 기술의 융합 결정체다. 11월 초 정부가 발표한 수소기술 미래전략에서 수소 생태계 전반에 9개 부문 23대 과제를 포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역량을 모은다면 미래 수소 시대를 우리가 먼저 열 수 있다.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유치해 성숙한 우리 수소경제를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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