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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곡동 등기 사기꾼' 문서 위조 7건…11억 빼돌렸다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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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동 부실등기 사건’의 범인이 과거에도 부동산 관련 서류를 7차례 위조해 총 11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서류를 위조해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한 것처럼 허위등기를 신청하고, 이를 이용해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받아 대출금과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했다.

최근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범인이 위조한 서류를 반영한 부실 등기부등본 때문에 졸지에 집을 날리게 된 장모씨 부부 사건이 화제로 떠올랐다.(▶본지 2022년 11월9일자 A2면 참조)
인정된 혐의만 13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판사 김지희)은 지난 2월 사기, 사문서위조,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게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7개 형사사건에 대해 기소당했고, 그에게 적용된 혐의만 13개다.

김씨는 앞서 본지가 보도했던 ‘화곡동 부실등기 사건’의 범인이다. 피해자 장씨부부는 현존하는 근저당권이 없다는 등기부등본을 믿고 집을 샀지만, 등기부에 표기돼있지 않던 전 집주인 김씨의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집을 잃었다.

김씨가 위조한 은행 서류를 그대로 반영한 ‘등기 사기’로 피해를 본 사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원은 등기부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장씨 부부는 선순위 채권자에게 밀려 집에 대한 권리를 잃게됐다.



김씨는 장씨 부부가 피해를 본 사건과 유사한 수법을 반복했다. 위조된 서류로 등기를 신청해 등기 상 주택의 근저당권을 말소시키고, 세탁된 등기부등본을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팔거나 임차해 돈을 챙겼다.

2013년에는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 껴있던 대출 3억6000만원이 마치 말소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실제로는 전혀 채무를 갚지 않았지만 미리 복제해 소지하고 있던 채권자의 도장을 찍어 위임장을 위조했고, 등기소에서는 근저당권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대한민국 법원에서 발급하는 해당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는 근저당권이 1200만원만 남았다고 기록이 변경됐다.

인천 아파트에 세입자로 들어온 A씨는 이렇게 세탁된 등기부등본을 믿었다. 공식 절차를 따라 법원에서 떼어 본 등기에 근저당권이 1200만원만 남았다고 써있으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해당 아파트에 전세계약을 체결해도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하고 보증금 2억원을 지급했다.

법원은 김씨가 위임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인정했다.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해 등기부에 실재와 다른 사실을 기재하게 했기 때문에,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혐의도 인정됐다.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세입자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편취해 공사 자금 등으로 모두 사용할 계획이었기에 정상적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은행위임장·통상사본·전입세대 열람내역…모조리 위조
위조한 서류도 다양하다. 김씨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전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전입세대 열람내역’ 서류를 위조해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4억6500만원의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법무사 사무원처럼 행세해 자신에게 등기와 대출 업무를 위임한 사람의 통장사본을 변조하고, 중간에서 대출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가 저지른 형사사건은 7개, 인정된 혐의만 13개다. 사기, 법무사법 위반, 사문서 변조, 변조사문서 행사,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횡령,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공문서 위조, 위조공문서행사다.


장씨 부부 사례처럼 위조된 서류가 그대로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사건은 4건. 서류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따져볼 의무가 없는 등기소에서는 눈으로 보기에 형식만 맞으면 등기 신청을 받아줬다. 인천지방법원과 남부지방법원 등기국 등에서 이렇게 위조된 서류를 받아 등기에 반영했다.

김씨는 범행으로 총 11억3704만원의 금액을 챙겼다. 각 범행에서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4억6500만원까지 편취했다. 법원은 “피해액이 11억원을 상회해 상당히 크다”며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하지 못했다”고 했다.
위변조 검토 않는 등기소…등기부 공신력도 없어
법원은 김씨의 범행을 인정하고 징역을 선고했지만,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에게 돈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범죄자로부터 11억원 넘는 금액을 보상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발급하는 등기부등본을 믿고 거래한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부실등기로 인한 피해를 체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도 현재로선 없다. 소송을 통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바뀌지 않으면 부실 등기로 인한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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