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과 결제 전 카드 대금 등을 포함한 전체 가계 빚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은 감소했지만, 코로나 엔데믹으로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은 감소했는데 소비가 늘어나면서 향후 소비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대비 0.1%(2조2000억원) 늘어난 187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2분기 이후 38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의미한다.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 영향 때문이다. 결제 전 카드 대금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은 11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사를 비롯해 여신전문회사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3조2000억원(13.2%)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로도 역대 최대였다.
실제 민간 소비(실질)는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0.5%를 기록했지만 2분기(2.9%)와 3분기(1.9%)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소비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질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재 경제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민간 소비의 기초체력은 점차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 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늘었지만, 실질 소득은 2.8%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1756조8000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3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8000억원)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가계대출은 역대 두 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데 따른 것이다. 기타대출 잔액은 748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1007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5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증가 폭은 전 분기(8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주택거래 부진 등으로 축소됐고,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4분기째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향후 가계신용 전망에 대해 "정부의 일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예금은행의 대출태도 완화 등은 증가 요인"이라며 "하지만 감소 또는 제약 요인으로 대출금리 상승세 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