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연구지원금 환수 조치를 두고 정부를 상대로 벌여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가 취소됐더라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연구개발사업 세부과제의 상당수를 완수했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금을 도로 거둬갈 권리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연구비 환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불복해 정부 측이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5년 인보사 개발사업이 정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3년간 총 82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8년 7월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요 성분 중 하나가 애초 임상 승인을 받은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지자 식약처는 2019년 인보사에 대한 판매 허가를 취소했다.
국내에서 판매허가가 취소되자 과기부와 복지부는 인보사에 대한 연구지원금 환수와 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내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열린 재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모두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네 가지 세부과제 중 세가지를 달성했음에도 과제평가단이 인보사 개발을 실패한 연구과제로 결정한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달 뒤인 8월에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대법원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이 바이오업계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말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3년5개월 만에 주식거래정지 족쇄에서도 풀려났다.
이번 소송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을 대리한 박재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이 인정됐다”며 “인보사가 국내에서도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