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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시민 볼모로…화물·철도·지하철 '산업계 숨통' 끊겠다는 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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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파국입니다. 산업계 전체 셧다운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화물연대 운송 거부 선언을 신호탄 삼아 줄줄이 채비를 마친 노동계의 도미노 파업이 산업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에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의 모세혈관인 물류 마비의 치명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2조원대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파업 중에서도 철강·건설·시멘트·조선 등 한국 핵심 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5개월 만에 재개되는 화물연대 무기한 총파업이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로 운반되는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면 전국 건설 현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다음달 2일 철도노조까지 파업에 나설 경우 시멘트를 운송할 대체 수단은 남지 않는다.

이미 오봉역 열차 사고 여파로 수도권 건설현장이 시멘트 확보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파업의 피해는 설상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5일 시작된 오봉역 시멘트 열차 운행 중단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노조로부터 보복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비노조를 포함한 모든 기사가 일할 수 없게 된다”며 “출하량은 평소 대비 10% 아래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여름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철강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지난 9월 발생한 포스코 침수 피해로 상반기 대비 시황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화물연대까지 생산을 막겠다고 나서면서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 제품 출하가 지연되면 1차 고객사인 조선·자동차·건설 현장에 납기를 맞추지 못해 철강업계뿐 아니라 연관 산업까지 도미노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철강·자동차·시멘트업계 등 산업계 전체는 2조8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특히 철강과 화학 산업은 재료가 적시에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셧다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후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역대급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선 이유는 연말을 앞두고 노동계 대형 이슈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우선 화물연대가 상설화를 주장하는 안전운임제는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안전운임제는 거리에 따라 화물차주의 최소 운송비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화물업계의 최저임금’이라고도 불린다. 노조는 6월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연장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정부·여당이 협상에 소극적”이라며 총파업을 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노동계 파업의 또 다른 뇌관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이 법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할 경우 노조 투쟁 강도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2·3조를 개정해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해를 끼쳤을 때 배상하는 것은 민법의 기본 정신”이라며 “결국 이 법안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민주노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호/이광식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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