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금투세 도입이 전제였던만큼 마치 조건을 '딜(거래)'하듯 섣불리 시행할 수 없고, 대주주 과세기준 완화는 주식시장과 기업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다.
20일 정부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증권거래세율 인하 목표를 0.20%에서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10억→100억원)을 없던 일로 하면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는 민주당의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확정하고 여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당초 2023년이던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2년 미루되 증권거래세율은 0.23%에서 0.20%로 낮추고, 현재 개별 주식의 지분율이 1% 이상이거나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 규정된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으로 올리는 기존 정부안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에 언급한 내용을 담은 금투세 조건부 2년 유예안을 제시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 5000만 원 이상일 때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매기는 제도다. 2020년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년 유예 방안을 내놨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정부가 내놓은 금투세 2년 유예안을 ‘초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내년부터 예정대로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지금 하는 게 맞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 조건부 유예안으로 기조를 바꿨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향한 ‘낙선운동’까지 언급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론 수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도 2년 유예하면서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는 안은 2023년 금투세 시행이 전제로 된 것이었다. 금투세도 유예하고, 증권거래세도 예정대로 인하할 경우 예상 밖의 세수 감소를 감내해야 할 뿐 아니라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주식 시장의 추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현재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새로운 과세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자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할 경우 세수가 8000억원 감소하지만 0.15%로 낮추면 총 1조9000억원이 감소, 세수가 1조1000억원이 더 줄어든다"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재정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 완화를 '부자감세'로 규정한 민주당의 수정 요구에 대해서도 '원안 고수' 방침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및 주식양도세 완화 필요성'이란 자료를 통해 대주주 양도세 완화의 필요성을 △과세 회피 목적의 연말 주식 매도 등 시장왜곡 해소 △주식 시장 활성화 △기업 투자 활성화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여야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금투세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