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에서 니트 디자이너로 일하던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사진)가 친환경 패션 사업에 눈을 돌린 건 2017년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뒤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지’ 고민하다가 친환경 가방 사업을 떠올렸다.
“기왕 창업한다면 환경에 해가 덜 됐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17일 서울 마포 플리츠마마 본사에서 만난 왕 대표가 활짝 웃으며 꺼낸 얘기다. 플리츠마마는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를 이용해 플리츠(주름)가 들어간 가방을 제조하는 회사다. 지금 플리츠마마의 사업은 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던 무렵에 생각한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매출이 매년 150% 불어날 정도로 고속성장 중이다. 온라인에서만 전개하던 사업은 지난해 6월 효성으로부터 투자받은 것을 계기로 곧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플리츠마마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커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왕 대표는 “20~30대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에 반영하는 세대”라며 “‘나는 이런 가치를 가진 사람이야’라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가치소비 트렌드에 올라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왕 대표에게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 철칙이 있다.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아무리 친환경적이어도 소용없다는 지론이다. “제품의 질에 집중해야지 ‘친환경’에 함몰돼서는 안 돼요. 디자인이 예뻐 상품을 샀는데, 거기에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인기를 끌 수 있는 거죠.”
왕 대표는 ‘친환경’이 교조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패스트패션(SPA)의 대명사인 ‘자라’의 옷도 빨리 버리지 않고 10년에 걸쳐 입으면 친환경적인 것”이라며 “오래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가치소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친환경 패션의 인기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즘 20~30대는 선배 세대보다 내가 무엇을 사고, 무엇을 입고, 어디에 사는지 훨씬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전체를 휩쓸 정도의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왕 대표는 “식품업계에서 대체육 유행이 일고 있지만, 전체 고기 시장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2010년대 유행했던 패스트패션이 패션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남았듯 친환경 패션도 시장을 구성하는 한 분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플리츠마마는 연내에 서울 삼청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내고 오프라인에 진출할 예정이다. 왕 대표는 “삼청동은 자랑스럽게 한복을 입고 다니는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들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점이 플리츠마마의 지향점과 상통해 삼청동 한옥에 첫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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