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메타와 아마존 등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원 감축 압박에 직면했다. 알파벳 실적은 악화했지만 직원들의 연봉 수준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알파벳의 주요 주주인 TCI 펀드 매니지먼트가 최근 서한을 통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에게 "인력과 급여 지출을 줄이고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실적 관련) 실행 계획을 전달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TCI 펀드는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60억 달러에 해당하는 알파벳 지분 약 0.27%를 갖고 있다. 알파벳 주요 주주 중 20위에 가까운 위치로 알려졌다.
TCI 펀드의 이같은 주장은 알파벳의 실적이 최근 저조했지만 임직원들의 연봉은 빅테크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어서다. 알파벳은 지난 3분기 매출 690억9000만달러, 주당 순이익(EPS)은 1.06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권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예상 매출 705억8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도 예상치인 1.2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증가에 그치면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알파벳의 중위 급여는 2021년 기준 29만 5884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66%가량 많다. TCI펀드는 서한에서 "알파벳이 가장 재능 있고 똑똑한 컴퓨터 과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직원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엔지니어링 부문의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다른 기술 회사들과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CI펀드는 알파벳의 인원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는 점도 언급했다. TCI 펀드가 처음으로 알파벳 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한 2017년 이후 알파벳의 인원은 연간 20%씩 증가했다.
TCI펀드는 이밖에 알파벳의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률이 지난해 39%였으나 최소 40%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주 매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 웨이모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다는 점도 짚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TCI 펀드의 주장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보유 주식은 5%에 불과하지만, 차등의결권 제도에 따라 보유한 의결권은 51.2%이기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