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8년 후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첫 번째 노인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엔과 일본 국립사회보장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이면 한국 노령화지수(유소년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가 301.6으로 일본(293.8)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늙은 사회’ 일본까지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차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전망은 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계속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추세를 바꾸면 당연히 달라진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압도적 세계 꼴찌(작년 0.81명)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이고, 유엔 회원국 중에서 더 낮은 나라를 찾을 수 없다. 지난 2분기엔 0.75명까지 떨어졌다. 한마디로 출산 절벽, 인구 재앙 수준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출산율 상승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출산과 보육 중심의 현금 지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2005년부터 15년간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국에 이민 문호 개방, 고령층 경제활동 연장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돼 왔다. 한마디로 인구 감소를 ‘상수’로 놓고, 감소 속도를 줄이며, 줄어드는 인구로도 충분한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재정과 복지, 교육, 국방 등 국가 운영 전반에서의 충격파는 이미 닥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구대책을 검토할 때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 경제 성장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다. 저출산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성장률 하락이 저출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주요 원인이 내집 마련 부담과 치솟는 사교육비, 여성의 경력단절 등이라고 한다. 모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사회적 당면 과제’다. 이런 문제는 현금 몇푼 쥐여주는 식의 대책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거기에 출산·보육 지원 등으로 뒷받침해야 풀 수 있다. 일본 사례는 이 문제 해결에 적잖은 시사점이 있다. 자산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직전 1.8명에 달했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1.26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국도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에 따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인구 감소라는 뒤바꾸기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인구 4000만 명으로 국민소득 10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저출산으로 인한 저성장의 구조적 한계를 끊을 수도 있다. 생산성 증대와 경제의 고도화, 당장은 경제 살리기가 관건이다. 규제 완화와 연금·재정·교육개혁, 기술과 경영혁신, 법·제도 선진화 같은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규제완화만으로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IMF)도 나와 있다.
어제 나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청년세대의 체감 경제고통지수가 취업난과 빚, 고물가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나. 모든 문제의 해법은 다시 구조개혁과 경제 살리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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