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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2 중동붐'에도 웃지 못하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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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프로젝트는 줄줄이 나오는데 수주해도 관리 인력이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만난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20~30대 매니저급 인력 부재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비전 2030’으로 사우디 전역에선 크고 작은 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타부크 인근에선 세계 최대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가, 리야드에선 대규모 주택 건설이 한창이다. 디리야 등 다른 도시에서도 인프라와 리조트, 호텔 건설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사우디 주요 발주처의 인식도 좋은 편이다. 사우디 정부가 요구하는 속도전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네옴시티 핵심인 직선 도시 더라인(총연장 170㎞ 길이)의 터널 기초공사 기간은 43개월에 불과하다. 통상 공기(약 60개월)보다 3분의 1가량 짧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력 3000여 명과 장비 350여 대를 동시다발적으로 투입하고 2교대로 작업해야 공기를 맞출 수 있다”며 “수주에 뛰어든 해외 기업들은 예상보다 빠듯한 공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면서 제시된 공기 내 프로젝트를 완료한 경험이 있는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중국 등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인력이다.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큰 기회가 찾아왔지만 본사와 소통하면서 현장을 챙겨야 할 매니저급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주택 시장 활황기에 건설사들은 해외 인력을 축소하고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남아있던 해외 인력은 재개발·재건축 부문으로 돌렸다. 사우디 현장 인력의 대부분은 50대다. 20~30대 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지 관계자는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출신이 공사 실무를 맡는데 이들을 총괄하고 관리할 한국 인력이 태부족”이라며 “후임을 찾기 어려워 현지 네트워크나 노하우가 전수되지 않고 끊기는 것도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장기전인 해외 사업의 특성상 연속성 있는 인력 배치와 양성은 필수다. 눈앞에 성과에만 매몰돼 중장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이나 성장 동력 발굴에 소홀하다간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수 있다. 해외 현장에선 “모처럼 찾아온 중동 붐인데 손발이 모자라 기회를 놓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정부와 건설사가 해외 인력 양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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