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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마진콜 공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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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콜(margin call)은 금융시장 용어지만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제목이나 대사에 등장하면서 위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선물계약의 예치 증거금이나 펀드 투자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청하는 마진콜은 한마디로 ‘투자 손실로 돈이 모자라니 채워 넣으라’는 전화다. 대개 마진콜이 발생할 때는 금융시장에 자금이 부족한 유동성 축소 시기인데, 여러 마진콜이 동시에 발생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시장 전체에 위기가 확산하곤 한다.

마진콜 자체는 선물 등 주로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하기 쉽지만, 기본 개념은 파생상품이 아니어도 가격 변동성이 커졌을 때 높은 부채 비율과 결합하면 언제든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 등락은 일상이며 변동성 자체가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와 결합하면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돈 1억원을 투자했는데 자산가격이 반 토막 나 5000만원으로 하락하더라도 평가상 손실은 발생하지만 자기 돈이기 때문에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투자자가 재무적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돈 1억원에 채무 1억원을 추가로 일으켜 2억원을 투자한 경우라면 투자자산 가격이 반 토막이 날 때 자신의 돈은 일단 모두 사라진다. 만약 가격이 반 토막 아래까지 떨어진다면 채무상환 시기가 도래할 때 투자자가 채무불이행 문제에 봉착하며 파산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진콜 상황이다.

최근 불안한 채권시장이 같은 맥락에 있다. 전반적인 기준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 압력이 큰데, 3분기 누적 영업 손실 21조원으로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이 누적 적자에 시달리며 한전채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금융기관과 기업의 채권 발행 및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이런 채권가격 하락 속에서는 심지어 멀쩡한 회사도 기존에 발행된 채권이나 채무의 만기 상환이 돌아온다면 채무불이행과 마진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이 커 파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현재와 같은 마진콜 귀환의 시기에는 일단 생존에 초점을 둬야 한다. 물론 ‘위기는 기회의 시기’라고 한다. 특히 위기의 시기에 다소 상황이 나은 기업이나 투자자가 가격 하락 내지는 재무적 곤경에 처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 의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한 주요한 명분이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인수하는 이도 인수 후 생존이 담보되지 않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요 기업의 파산이 위기 직전이나 직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그 이후 구조조정 과정 가운데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와중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익성은 충분한데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장기적인 핵심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매물이 쏟아지는 시기라고 명확한 계획 없이 규모 확장 과욕으로 특히 과도한 부채를 이용한 투자로 접근하면 위험하다.

또한 정책당국은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성이 커 위험한 상황이 전개할 수 있음을 인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째, 정책을 시행할 때 위험의 살얼음판이 깨질 수 있는 시장 신호가 발생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둘째,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만이 확실하다는 자세로 시장의 움직임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레고랜드 사태처럼 정책 결정자의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특히 자산시장 가격 자체의 방향을 언급하거나 구체적인 채무불이행을 시사하는 경우 상황이 실현되지 않으면 정책당국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진짜로 언급한 대로 된다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유동성 축소로 시중 자금이 말라가며 마진콜 공포가 귀환한 현재는 자산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할 것 없이 금융시장의 살얼음판 위기를 지나 무사히 생존해야 한다는 목표만이 확실한 시기임을 모든 경제주체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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