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제 인류가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성 때문에 약이 듣지 않는 케이스가 생긴 게 복병이었죠. 엘베이스는 항암제 내성 치료약으로 모든 암환자들의 완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도용 엘베이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때 겪는 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한국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2022년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에 올랐다.
전 CEO는 2015년 11월 엘베이스를 창업했다. 그는 창업 전 약 30년간 제약 개발 연구 부문에서 일했다. 태평양제약에서 개발팀 팀장 및 전략기획팀 팀장을 맡았고, 아모레퍼시픽 R&D 센터 수석연구원을 거쳐 기술기획팀에서 일했다. 진통제, 골다공증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신약을 개발해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했다.
전 CEO가 암 치료 관련 신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동생의 암 투병 때문이었다. 그의 동생은 2002년 갑작스럽게 백혈병에 걸린 후 1년도 안 되어 사망했다. 그는 “항암치료와 관련된 신약을 꼭 개발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마침 그의 선배인 정두일 강원대 교수가 2002년 세계 최초로 ‘CAGE(Cancer Associated GEne)’라는 새로운 암정소항원(CTA·Cancer Testis Antigen)을 발견했다. CTA는 정상세포에서는 나오지 않고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항원을 뜻한다.
전 CEO는 “CTA를 발견한다는 것은 그 CTA를 통해 어떤 세포가 암세포인지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결정적 힌트를 얻는다는 것”이라며 “각종 암 종류마다 나타나는 CTA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CTA가 나온 암의 경우 표적항암제 개발이 좀 더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LB217’이다. LB217은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에서 발현되는 CAGE를 타깃으로 하는 항암치료제가 내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물질이다. 올해 안에 한국과 해외에서 LB217의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엘베이스는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월 대원제약과 차세대 폐암 치료제 신약의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여러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비밀유지계약(CDA)을 체결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 CEO는 "현재 다양한 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독성 및 내성 문제로 기존 치료제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기전에 입각해 내성을 극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항암신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