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강세로 외교부의 올해 예상 환차손 추정액이 약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공관들이 지급받는 달러화가 대폭 줄어드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외교부는 내년도 공관 경비를 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외국환 평형기금' 대상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외교부는 2023년도 '재외공관 운영 기본경비'를 올해보다 11.4% 늘어난 1846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예산과 비교해 189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외교부 측은 "가파른 환율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서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재외공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올 1~3분기 약 재외공관 운영 경비에서만 126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4분기에도 한때 75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등 손실이 계속 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 외교부 전체 예산에서 300억원 가까운 환손실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외교부 전체 예산의 30% 가량은 외화 책정 기준(주로 미국 달러) 예산으로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상당수 해외 공관들이 이미 사업과 운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급격한 환율 상승은 외교부 실질 예산 감소로 이어진다"며 "이에 따라 내년도 외교 활동이 위축되고 재외공관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이같이 증액된 상태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재 재외공관 운영 경비를 '외국환 평형기금' 대상에 넣을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환 평형기금은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해 외화 자금의 수요 불균형을 조절하려는 목적으로 운용하는 기금이다. 기획재정부가 외평기금 안에서 공관 경비를 운영하면 헤징(환율 위험 회피) 효과가 있어, 부처 입장에선 한시름 걱정이 덜 것이란 관측이다. 예산을 받을 때, 미화 달러 액수를 그대로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외환보유고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신중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현재 외교부 예산에서 국제기금 분담금 외에 외평기금에 담아 운영하는 예산은 없다.
외교부가 증액을 요구한 예산안은 현재 진행 중인 예결위 본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내 달께 내년도 공관 운영경비의 외평기금 편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