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가 시작했으면 뭐합니까,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는데 말이죠."
세계 2위 신재생에너지기업이자 스페인 최대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의 이그나치오 갈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연합(EU)의 지지부진한 그린딜 이슈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그는 "EU 당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딜 이슈에 주춤한 사이 미국에 이니셔티브를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 문제에 대한 미국과 EU 정부의 대응이 엇갈리면서 미국이 청정에너지 부문에 있어 유럽을 제치고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일갈이다.
갈란 회장은 "유럽이 탈탄소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 먼저 선도하고 관련 이슈를 선점했으면서도 미국에 뒤처진 결정적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 주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었지만, 이제는 광폭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발효시킨 IRA를 통해 태양광, 해상풍력,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을 미국에 짓는 에너지 기업들에 보조금 지급 및 세금 감면 혜택 등을 통해 총 3700억달러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갈란 회장은 "반면 그사이에 EU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발전 수익 상한제, 에너지 기업 횡재세 부과 등을 택하면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옥죄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조치들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만들어버렸고 기업들로 하여금 유럽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베르드롤라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및 전력망에 360억유로를 투자하면서 그중 미국에만 34%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또 90억유로를 들여 미국 에너지 기업 PNM 리소스를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PNM 리소스에 20억유로를 추가 투자해 미국 사업 비중을 47%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투자를 받아 미국 투자 비중을 47%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갈란 회장은 "미국은 재생가능한 그린수소 설비 기술에만 100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는데,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EU는 정작 50억다러 투자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EU 당국의 지지부진하면서도 잘못된 선택은 결국 역내 클린전력 투자 감소와 더 많은 가스 의존도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