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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조용한 퇴사…큐큐(QQ)족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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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인사 관련 기사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조용한 퇴사’다. ‘회사에서는 최소한의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겠다. 회사를 당장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나 요구되는 일들은 거부하겠다는 새로운 유형의 일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애쓰면서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공식적인 업무를 다하는데 무슨 문제야?’ 언뜻 보기에 이런 현상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연초에 수립한 과제들과 일치하기 힘들고 개인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또한 힘들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의무나 책임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회사를 지탱하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해 왔다.

큐큐족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 관점에서는 두 가지 골치 아픈 문제를 발생시킨다. 첫 번째는 전염성이다. 이제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왕따시키는 시대다. 큐큐족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해봐야 기껏 몇 백만원 정도 더 받을 텐데 왜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회사에 충성하며 살까?’라는 암묵적인 냉소를 보이고, 이런 시선이 불편한 직원들은 결국 동료의 압력에 굴복해 버린다. 큐큐족의 증가는 조직 내에 핵심 인력들이 그들을 대신해 추가 일을 떠맡아야 하는 부담을 증가시킨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 없이 최소한의 일만 한다는 것은 리더들의 입장에서 실제로 퇴사하는 직원을 새롭게 충원하는 일보다 훨씬 더 머리 아픈 일이다.


이런 부정적인 현상을 불러온 사회적인 변화와 조직 관점에서 향후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자. 먼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일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사회적 운동은 노동계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해 최소한의 개인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일과 삶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일’이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너무나 강조하고 있다. 삶의 절반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일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성과 관리 프로세스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조직 내 평가 및 보상 차등화는 조직 내 협업에 일부 방해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조직은 일을 더 열심히 잘하는 사람에게 차등적인 보상을 해 주는 것이 소위 MZ세대가 추구하는 공정성의 가치에 부합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조직 내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에서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위생 요인(hygiene facto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생 요인은 급여, 복리후생, 업무 환경 등 구성원의 불만 요인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위생적인 요인들이 단기적인 직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의 제공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과도하게 위생 요인 중심으로 직원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뿐이며, 결국은 직원들의 끝없는 요구와 회사의 비용 지출이 서로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의 가장 최고의 긍정 경험은 도전 극복, 문제 해결, 주도적 업무 수행 등과 같이 개인의 성장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결국 쿠쿠족이 좀 더 일에 의미를 가지고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업무를 미래의 성장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도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현상과 문제의 나열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오승민 LG화학 러닝이노베이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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