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폭스콘 공장 봉쇄로 아이폰14 배송이 지연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구형 단말기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때마침 최근 국내 이통사들도 애플과 삼성전자 등 구형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올려 구형 휴대폰이 '차선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폰12 모델 실구매가 4만원까지 '뚝'…공시지원금 효과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일 아이폰12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50만~70만원 수준으로 인상했다. 아이폰12 미니는 50만원(128GB 기준), 아이폰12 기본 모델은 60만원, 고급 사양의 아이폰12프로와 프로맥스는 7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2년 전 출시 당시 아이폰12프로와 프로맥스의 공시지원금은 14만7000원에 불과했는데 최대 55만원 이상 인상된 셈이다.
KT의 아이폰12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국내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다. 아이폰12 시리즈를 기준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은 각각 11만~50만원, 40만~55만원 수준이다. 최고 20만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스마트폰 가격에서 요금제별로 정해진 금액을 할인해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면 매달 요금의 25%를 감면 받을 수 있다.
가장 높은 공시지원금을 내건 KT 기준으로 아이폰12 미니(64GB 기준)를 구입할 경우 실구매가는 4만1000원으로 뚝 떨어진다. 출고가 61만6000원에 공시지원금 50만원, 여기에 추가 지원금 7만5000원(공시지원금의 15%)을 더하면 57만5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폰12 기본 모델(128GB 기준)도 출고가 82만5000원에 공시지원금과 추가 지원금 총 69만원을 할인 받으면 기기값 13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고급 모델인 아이폰12프로와 프로맥스 기기값 역시 공시지원금을 적용하면 최저 20만원 수준에 휴대폰을 살 수 있다.
다만 추가 지원금은 온라인을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에선 지급액이 달라진다. KT 관계자는 "추가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에서 최대 15% 수준까지 제공하는데, 판매처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매장마다 다를 수 있다. 현재 아이폰12 재고는 거의 소진됐다"고 말했다.
가성비 굿, 신형폰과 스펙 차이 크지 않아…"구형폰도 OK"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2 일부 모델의 실구매가도 하락했다. 역시 공시지원금이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SK텔레콤은 5GX 프라임(월 8만9000원) 요금제 사용시 갤럭시S22(256GB 기준) 5세대(5G)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15만원에서 48만원으로 늘렸다. 여기에 추가 지원금 7만2000원을 더하면 출고가 99만9900원에 달하는 갤럭시S22 휴대폰 가격이 44만7000원까지 떨어진다. LG유플러스도 이미 지난달 중순 갤럭시S22 일반과 플러스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15만1000원에서 50만원까지 올렸다. 추가 지원금까지 고려하면 기기값은 42만4900원~62만4000원으로 저렴해진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의 공시지원금도 최근 인상됐다. KT는 지난 1일 공시지원금을 70만원으로 올렸다.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각종 지원금을 합산하면 최종 기기값은 29만5000원으로 떨어진다. 갤럭시노트20은 2년 전인 2020년 출시됐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865+이 탑재돼 있으며 후면 카메라 1200만화소를 지원한다.
2020년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의 경우 A14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다. 가장 최신 모델인 아이폰14 기본형과 맥스모델에는 A15를 지원한다. A14와 A15의 차이점은 그래픽 처리 성능에 있는데 업계에선 두 칩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12 미니·기본 모델은 1200만 화소 광각·초광각 2개 카메라를 탑재해 일상 생활에 무리 없는 사진 화질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기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일상적 사용 환경에서 큰 무리가 없으면 이처럼 가성비 높은 구형 단말기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같은 구형 단말기가 오히려 중저가 수요층에 매력적인 '차선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폰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을 보여 당장 스마트폰을 교체해야 할 경우 이통사들 지원금 정책을 잘 살펴보면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14 시리즈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당분간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이폰14프로 모델을 주문할 경우 대기 기간이 최장 5주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3~4주 걸렸던 배송 기간이 한 주가량 더 늘어났다.
애플은 최근 중국 폭스콘 정저우공장 봉쇄로 신형 단말기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곳에서 아이폰14 프로 모델 물량의 85% 이상을 조립한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정저우에 있는 아이폰 공장 가동이 일부 중단되면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맥스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두 제품의 출하량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