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이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8일 유진투자증권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179억7300만 달러로 2분기(254억2700만 달러) 대비 29.3% 급감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D램 매출액은 2분기 111억2100만 달러에서 3분기 73억7100만 달러로 33.7% 줄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2분기 43.7%에서 3분기 41.0%로 2.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IDC 자료 기준으로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유진투자증권은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분기 27.6%에서 3분기 29.5%로, 마이크론은 23.4%에서 24.2%로 각각 소폭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70억1100만 달러에서 52억9800만 달러로 줄었고, 마이크론도 59억4100만 달러에서 43억4900만 달러로 감소했다.
다만 이는 IDC가 공식 보고서 발표에 앞서 사전 집계한 자료여서 추후 일부 수치가 변동될 여지는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빅3 중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이 눈에 띈다"며 "이런 부분이 최근 감산 논쟁에서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이른바 '치킨게임'이 재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은 투자 축소 내지는 감산을 발표했다. 다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치킨게임을 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고객사 재고 조정 속에 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D램의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달에만 22%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2.85달러)보다 22.46% 하락한 평균 2.21달러를 기록했다.
대만의 트렌드포스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작다"며 "현재 D램 시장은 극심한 과잉 공급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