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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주범은 파월" 금리 급등 부메랑 맞을 미국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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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때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언제 하고 그 이후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대관식 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계속 북한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이달 15~16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할텐데 과연 그럴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코너로 몰린 러시아는 진짜 전술핵을 쓰게 되나요.

미국만 놓고 보자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어찌 될까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궁금해집니다.

모든 게 해당 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그 결과를 예상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주엔 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변수를 중심으로 한 주의 이슈와 일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튀어오를 일만 남아 있는 미국 금리가 그것입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파월이 '금리 속도 조절' 무시하는 이유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일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여러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시장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자 "이제 금리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최종 금리와 고금리 기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얼마나 금리를 더 올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기대해 온 금리 정책의 방향 전환(피벗)은 당분간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의 끝이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올라도 당장 죽을 만큼 힘들지 않은 것도 고속 금리 인상의 배경입니다. 파월 의장은 8월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상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고는 했습니다. 가계 빚이 늘고 달러로 표시한 미국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희생이 따르겠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우선 변동금리 비중이 너무 낮습니다.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는 즉시 나오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악'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0% 이하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5월에 발간한 보고서 기준으로 2020년 미국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1%였습니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호주의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93%였습니다. 뉴질랜드(55%) 스페인(52%), 영국(42%), 캐나다(24%)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은 유럽 국가를 제외한 호주와 캐나다 등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0% 수준인 한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미국 내 부동산 가격이나 렌트비 하락 폭도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점도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Fed도 인정 "미국 국채가 위험해"
그럼에도 금리 급등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미국도 그렇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고정금리로 돼있다 해도 누군가 그 부담을 지게 돼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험사와 모기지 회사 등이 금리 급등 헤지를 철저하게 했다고 하지만 어디선가 트리거가 생기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근엔 미국 국채 시장이 시장 불안감을 키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 국채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매수세 부족입니다.




가장 큰 손이었던 Fed가 양적긴축(QT)을 하면서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 보유량이 많은 일본과 중국 등도 여러 이유로 미 국채를 던지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사들도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같은 강화된 규제로 인해 미 국채를 예전만큼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SLR은 대형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자산의 3% 이상 유지하도록 한 규제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은행들이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자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지만 지난해 원상복구하면서 은행도 국채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미 국채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 국채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없어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무부가 유동성이 더 부족한 장기 국채를 되사는 '바이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Fed도 거들었습니다. Fed는 4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역사적으로 정상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사와 기관 등 26개 설문 응답자의 56%가 시장 유동성 고갈과 변동성을 12~18개월 내 잠재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었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였던 5월엔 채권 유동성은 순위권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Fed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썼습니다.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마진콜을 겪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9월에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영국 연기금이 겪었던 마진콜 사태가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CPI가 예상보다 더 높다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 국채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채금리가 더 높아지면 국채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단기물과 중기물 금리를 끌어올리는 주 요인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입니다. 금리 상승은 인플레 이션때문입니다.



미 국채 시장을 위험하게 하는 핵심 요인인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일 오전 8시30분에 나옵니다.

현재로서 CPI가 확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패널 집계로는 10월 CPI는 1년 전보다 7.9%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달이 8.2%였으니 8% 아래로 떨어지면 그래도 안도를 할텐데요. 이보다 적중률이 높았던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 집계로는 10월 CPI가 8.09%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9월에 비해 거의 안 떨어진 수치입니다.



10월 근원 CPI도 WSJ 집계로는 전년 대비 6.5% 올라 전달의 6.6%에서 상승률이 소폭이라도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인플레 나우캐스팅 예측으로는 6.58%로 전달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도 인플레 나우캐스팅 예상이 월스트리트 패널 집계보다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 맞을까요. 월가 전문가들이 맞으면 그나마 인플레가 완화될 기미가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에도 인플레나우캐스팅 예상이 적중하면 인플레 우려나 국채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강해질 것 같습니다.



다음날인 11일에 미시간대에서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도 유심히 봐야할 변수입니다. 인플레 수치를 가늠케 하는 선행지표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게 결국 기대 인플레를 꺾기 위한 것이어서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중간선거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11월 8일 있는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상·하원을 싹쓸이 하느냐가 관전포인트입니다. 2년 전 '블루 웨이브' 에서 '레드 웨이브'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승리 여부는 세 곳에서 결정됩니다. 조지아와 네바다, 펜실베이니아까지 이른바 'G·N·P' 지역이 양당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세 곳을 제외한 양당의 판세는 민주당 48석, 공화당 49석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려면 51석 이상을 가져가야 합니다. 민주당은 지금처럼 50대50이 되면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됩니다.

따라서 3대 격전지에서 두 곳에서 승리하는 당이 상원의 다수당이 되고 사실상 선거의 승자가 됩니다.

중간선거 이후 산타랠리 때까지 대부분 뉴욕증시는 올랐다고 합니다. 심지어 금리 상승기였던 1994년과 2018년에도 중간선거 이후 1년간 지수는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금리상승이 아니라 금리급등기입니다.

예측하기 힘들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큰 변수였긴 했지만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것도 결과적으로 과도한 금리 인상을 가져온 요인이란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발언이 파월의 대표 망언이었다면 올해엔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허언으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인플레가 완화되는 수순을 가게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싫으나 좋으나 미국 만이라도 침체를 짧게 겪고 인플레를 극복해야 전 세계가 기나긴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h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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