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7일 15: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주에만 IPO 일반 청약 4건을 진행한다. 각 IPO 기업의 일반 청약일이 연이어 하루씩 겹치는 이례적인 일정이다. 3분기 실적을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강행군이다. 일각에서는 주관사가 공모 흥행보다는 주관실적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에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7곳 중 4곳의 주관사가 미래에셋증권이다. 짧은 기간에 다수 기업의 청약이 이뤄지면서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은 각 기업의 일정이 겹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은 기업의 일반 청약 일정을 살펴보면 7~8일 티쓰리엔터테인먼트, 8~9일 유비온, 9~10일 엔젯, 10~11일 밀리의서재 등이다. 모든 기업의 청약 일정이 하루씩 겹친다.
일반적으로 주관사는 맡은 IPO 기업의 일정이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한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 청약을 진행하는 만큼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청약 증거금 납입 이후 환불일까지 2영업일이 걸리는 만큼 이를 감안해 각 IPO 기업의 청약 일정을 최소한 이틀 이상으로 잡는다. 먼저 진행되는 A사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가 환불받은 자금으로 B사 청약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를 잡아놓는 방식이다.
이에 주관사가 맡은 대형 IPO 기업의 일반 청약 일정 앞뒤로 중소형 IPO 기업을 배치해 일반투자자가 계속해서 해당 증권사 계좌에서 청약과 환불, 청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주에 이례적으로 다수 기업의 일반 청약 일정이 겹친 데에는 IPO 기업의 3분기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공모 절차를 매듭짓기 위해 서둘러 진행한 결과다. 통상 다음 분기인 4분기의 중간 지점인 11월 15일이 지나면 3분기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반영해야 한다.
티쓰리엔터와 유비온, 엔젯 등이 9월 나란히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자 서둘러 청약 일정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 10월 말 청약을 진행하려던 밀리의서재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로 일정이 열흘가량 미뤄지면서 이번 주에 4개 기업이 동시에 청약에 나서는 일정이 꾸려졌다.
4개 기업의 공모액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충분히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티쓰리엔터의 공모금액은 289억원, 유비온은 50억~55억원, 엔젯은 252억~319억원, 밀리의서재 420억~500억원으로 모두 중소형 IPO 기업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청약 투자자들이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몰리는 흥행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주관사의 편의를 위한 일정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상장 예비 기업은 다른 상장 후보와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는 상황을 기피한다. 일정이 겹쳐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IPO 기업의 몫으로 남는다.
올해 대형 IPO 기업이 연이어 상장 일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연간 주관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이 IPO 기업의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10개 IPO 기업의 일반청약을 진행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청약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올해 10월 이전까지 5개 기업의 IPO를 대표 주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판 몰아치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10월 이후 진행한 일반 청약 경쟁률을 살펴보면 에스비비테크 1657.60대 1, 플라즈맵 2.76대 1, 저스템 82.63대 1, 큐알티 7.44대 1, 제이아이테크 29.59대 1, 윤성에프앤씨 1.73대 1 등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IPO 기업의 경우 주관사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주관사의 의중도 크게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주관사 입장에서는 연말과 내년 초 시장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공모 흥행 여부보다는 IPO 딜의 종결을 목표로 일정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