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수천 명 규모의 정리 해고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으로 주요 투자자들이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이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르면 수요일부터 대규모 해고를 시작할 수 있다"며 "18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행 취소하라" 전달
메타의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약 8만 7000명이다. WSJ은 지난주 직원의 절반을 내보낸 트위터만큼은 아니지만 정리 해고 대상이 수천 명에는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트위터는 직원 절반인 3700명을 감원했다. 외신들은 메타가 직원 감축을 통해 향후 몇 달간 최소 10%의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메타는 최근 인력 감축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여행을 취소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인력 감축은 예고된 사항이기도 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소수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며 "일부 팀들은 성장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팀들은 향후 1년 동안 규모가 비슷하거나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인원 감축을 시사했다.
메타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격적으로 인력을 고용했다. 2020년과 2021년을 합치면 2만 7000명 이상의 직원을 늘렸다. 올해 들어선 9월까지 약 1만 5000명의 직원을 추가 고용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실적이 악화한 데다 주가도 급락했다. 메타의 주가는 올해 초 330달러 인근이었지만 11월 4일 90.79달러까지 급락했다. 2016년 초 이후 최저치다.
투자 느는데 매출 줄어
메타 등 소셜미디어 업체는 최근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화 때문에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다. 기존엔 소비자가 아이폰을 통해 앱에 접속한 뒤 활동한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이들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책을 바꾸면서 메타와 같은 기업은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메타는 3분기(7~9월) 실적 보고서를 통해 평균 광고 단가가 전년 대비 18%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젊은 층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 틱톡으로 넘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메타는 이에 대응해 유사한 동영상 플랫폼 릴스를 내놓기도 했다. 또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관련 부서 리얼리티랩스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특히 저커버그 CEO가 주도하는 메타버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을 맡은 '리얼리티 랩'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15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반면 메타의 가상 세계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방문자 수는 20만 명이 채 안 됐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메타의 3분기 순이익은 4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억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메타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도 메타의 경영 전략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헤지펀드 알티미터 캐피털은 저커버그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베타의 직원을 줄이고 (저커버그의) 메타버스에 대한 야망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의 분석가들은 "메타 경영진의 로드맵과 이 전략의 정당성은 투자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