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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ED TV, 제 연구 덕에 나온 산물…나노 입자 이용해 패혈증 치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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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보시면 제 논문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색을 내는 입자를 원하는 나노미터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죠.”

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나노재료실험실에서 만난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은 연구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 후보 중 한 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연구자다. 그는 2004년 세계 최초로 나노 입자 대량 합성법을 개발했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나타내는 단위다. 같은 물질이라도 크기가 나노미터 단위로 작아지면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셀렌화카드뮴(CdSe) 입자의 경우 2㎚ 크기의 입자에 빛을 쬐면 청색을 띤다. 그러나 2.5㎚ 크기에서는 연두색을, 3㎚ 크기에서는 노란색을 띤다. 이후 크기가 커지면서 주황색을 거쳐 4.2㎚ 크기에서는 선명한 빨간색을 나타낸다. 하나의 물질이 입자 크기에 따라 무지개색을 나타내는 셈이다.

기존에는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온의 조건에서 입자를 합성하면서 크기가 들쭉날쭉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입자를 용도별 크기에 따라 골라내야 했다. 0.1㎚의 차이에도 성질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현 교수는 2001년과 2004년 원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균일하면서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인 ‘승온법’을 개발했다. 실온에서 물질의 온도를 조금씩 올리며 입자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오늘날 전 세계 나노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 교수가 2004년 발표한 대표 논문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공정 개발’은 이날 기준 4395회 인용됐다. 2001년 발표한 앞선 논문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의 인용 횟수는 2431회가 넘는다. 지금까지 현 교수의 연구를 인용한 후속 논문들은 전 세계 9만6000개 이상이다. 논문 피인용 횟수 세계 상위 0.1% 수준이다.

이런 성과에 현 교수는 노벨상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된다. 과학기술 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는 현 교수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현 교수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논문은 다 발표한 것 같다”며 “QLED의 기본 원리를 연구한 연구자들이 먼저 노벨상을 받으면 그다음에는 기대해봐도 좋다”고 말했다.

현 교수가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5학년 대구 달성군 과학 경시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대구 경신중과 덕원고를 나온 그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화학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고 서울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국비유학 장학생으로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를 마쳤다.

미국 유학 시절 시작한 테니스는 현 교수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 현 교수는 지금도 매일 오전 8시 연구실에 출근한다. 점심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오후 5시께 옷을 갈아입고 인근 테니스코트에서 동료 교수들과 2시간가량 테니스를 친다.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던 이날 오후에도 “얼른 코트에 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인다”며 웃었다. 연구실에 돌아온 현 교수는 저녁을 샐러드로 해결하고 밤 10시까지 연구한다고 했다.

현재 현 교수가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나노 크기 입자를 이용한 패혈증 치료제다. 암, 당뇨, 심장병 등 다양한 질환에서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 신체 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패혈증이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서울대 의대 연구진과 동물 실험을 통해 패혈증을 호전시키는 연구에 성공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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