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정보기술(IT) 담당자가 '큰 문제가 없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들이 다루는 정보·데이터·지식이 곧 회사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릭 루이스 IBM 시스템즈 부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DX)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IT 부서의 위상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모든 기업이 IT 기업"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부회장은 "요즈음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이나 랜섬웨어(사용자의 업무를 중단시킨 후 대가를 요구하기 위해 심어놓는 악성코드의 일종) 대응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경쟁사와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데이터에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IBM의 실적은 아직 견조하다. 최근 IBM이 발표한 3분기 매출액(141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났다. 인프라스트럭처 부문(34억달러)의 매출 증가율이 14.8%로 가장 높았다. 소프트웨어 부문(58억달러)은 레드햇을 중심으로 7.5% 매출이 늘었고, 컨설팅 부문(47억달러)은 5.4% 성장을 기록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를 포함해)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이스 부회장은 각국 현장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를 느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기업 간 거래(B2B) 매출에서 침체의 요인을 보지 못했다"며 "모든 비즈니스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어서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IT 관련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IT가 기업의 물리적인 기반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 IBM의 경쟁자는 누구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정한 기업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며 "디지털 전환(DX) 자체가 가져올 변화가 IBM의 미래를 가장 많이 규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와 관련해 "IBM이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발생했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19 전 디지털 전환을 해 둔 덕분"이라고 전했다.
루이스 부회장에 따르면 IBM은 3년 전 글로벌 공급망 전환을 시작했다. 1단계로 주요 사이트나 공장의 운영을 간소화하고,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2단계는 특정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도 대체 가능하도록 하는 표준화를 했다. 이때 디지털 전환이 주로 이뤄졌다. 3단계에서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서 문제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대응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투자는 코로나19 기간 각국 셧다운 등으로 기존 공급망이 틀어지면서 빛을 발했다. "코로나19가 올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단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루이스 부회장은 설명했다.
IBM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공급망 관리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기술을 활용해 관리의 복잡성을 줄이고 자재 출하나 부품 공급 등 문제점을 신속하게 예측해서 대응하는 일은 모든 고객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루이스 부회장은 "우리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여정의 초기 단계에 들어와 있을 뿐"이라며 "고객이 이 여정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을 모두 다 보유하고 있어 고객의 상황에 맞춰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그것이 IBM이 가진 역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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