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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에잇포켓’의 시대다. 아이 한 명에게 부모, 조부모, 삼촌 등 일가 친척 모두가 지갑을 연다. 공주, 왕자처럼 귀하게 키우는 외동 아이라는 뜻의 ‘골드키즈’라는 말도 보편화됐다. 출생아 수는 매년 줄어들지만 아이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늘면서 육아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육아용품 시장은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현재 4조원 이상으로 두 배 가량 커졌다.
이 가운데 최근 육아 관련 서비스를 하는 ‘패어런트 테크’ 스타트업들도 선방하는 추세다. 투자 시장의 불황에도 큰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거나, 매출 성장을 이루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째깍악어, 오프라인 거점으로 차별화
2010년대 중반부터 맞벌이 부부의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해줄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이중 한 곳인 째깎악어는 지난 9월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높게 평가 받았다. 업계에서는 “지금같은 투자 불황기에 투자를 이끌어낸 것 자체가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악어쌤이 오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째깍악어는 만 1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유·아동 대상으로 돌봄 선생님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23만 명의 부모회원 수와 11만 명의 교사회원 수를 보유한 대표 육아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경쟁사들은 돌봄 선생님 매칭과 커머스에 집중했다면 째깍악어는 키즈센터 '째깍섬'이라는 오프라인 거점을 만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키즈센터, 커뮤니티센터 등에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어 플랫폼에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게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있다. 올해는 째깍섬을 4곳 추가 오픈해 총 7개 곳을 운영중이다. 이외에도 기업 고객, 아파트 커뮤니티 고객 등 기업 간 거래(B2B)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째깍악어 관계자는 "요즘 투자시장에서는 미래의 가능성보다는 회사가 당장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관점에서 투자를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오프라인 연계와 B2B 부분에서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MZ부모가 맘카페보다 찾는 이곳
임신·육아 정보 플랫폼 ‘빌리지베이비’는 지난달 6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이끌어냈다. 빌리지베이비는 임신과 육아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다이어리 기능을 담은 앱 서비스 ‘베이비빌리’를 운영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임신·육아 필수앱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MZ(밀레니얼+Z세대)맘’으로부터 호응을 얻어 최근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6만명, 육아물품 거래액 월 20억원을 달성했다. 베이비빌리의 특장점은 양질의 커뮤니티다. 같은 개월 수 아이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감을 형성한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조동(조리원 동기) 대신 '베동'(베이비빌리 동기)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육아에 대한 엄격하고 무거운 내용보다는 유쾌한 육아 콘텐츠도 많다. MZ부모의 특성을 섬세하게 파악한 결과다.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는 "요즘 젊은 부모들은 정보력이 좋아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선호한다"며 "동시에 편리하고 유쾌한 것을 놓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플랫폼을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여느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각종 육아용픔 커머스와 연계해 거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주요 수익 모델이지만 이러한 색다른 커뮤니티와 연계돼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있다. 이 대표는 "육아 시기 별로 필요한 물건이 다양한데 맘카페에서 하나씩 검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투자유치를 하던 지난 6월 거래액이 10억원에서 지난 10월 20억원으로 늘었다.
엔데믹 육아 서비스도 매출 껑충
이외에도 맞춤형 육아 스타트업 올디너리매직, 키즈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 등은 전년 대비 급증한 매출이 눈에 띈다. 이 두 업체들은 앤데믹 시기에 맞춘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적을 키우고 있다. 올디너리매직은 눈에 띄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전체 대비 322% 이상 뛰어 올랐다. 올해 3분기(7~9월)는 전년 대비 1090% (약 11배) 성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과정에 발맞춘 프리미엄 월령별 맞춤형 놀잇감 '피카비' 플레이키트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키트는 생후 0개월부터 24개월까지의 영유아를 위한 발달맞춤 프리미엄 놀잇감으로 구매 혹은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팬데믹 동안 디지털 수업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디지털 디톡스 육아를 제공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애기야 가자 역시 올해 3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8% 이상, 거래건수는 50%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이와 방문할 수 있는 1만 9000여 곳의 정보를 위치 및 카테고리 기반으로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갈 만한 장소를 물색해야 했던 불편을 덜어준다. 이 서비스도 엔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는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산업이라고 볼 순 없지만 사양될 수는 없는 시장"이라며 '육아'아른 일상에 밀착해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는지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