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영 선생의 개인전 ‘보와 궤’가 이달 2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2년 만의 단독 전시로 그의 대표작과 신작 등 30여 점이 전시된다. 보와 궤는 본체와 덮개가 있는 제사 그릇인데 보는 네모, 궤는 사발 모양을 하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요업공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홍익대 공예미술학과에 편입해 1년간 도자를 공부했다. 그는 미국 알프레드 요업대학원에서 유학할 때 조선의 백자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일흔이 넘은 영국의 유명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도예작가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생의 경험에 비추어 말하건대, 조선백자의 미학이 오늘날 현대 도예가들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경지다.” 리치는 1935년 서울 덕수궁에서 전시를 한 뒤 영국에 돌아갈 때 조선의 달항아리를 구입하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도예가다. 그때의 달항아리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 작가는 제기의 형태에서 착안해 도자 표면에 불규칙적인 각을 새겨넣는 ‘면 깎기’ 방법을 고안했다. 물레를 돌리다 방망이를 두드리거나, 칼로 깎아내는 작업을 통해 조형미를 살렸다. 그는 “전통은 옛것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옛 정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달항아리와 제기, 반상기 등 조선백자가 가진 수많은 형태를 흡수해 창작해왔다”고 말했다.

도자로 만든 의자 ‘오각의 변주’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2013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비대칭의 면들이 조화를 이루며 의자가 갖는 묵직함과 평온함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앤알버트박물관 등 세계 25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18일까지.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