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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앞에만 서면…클래식이 춤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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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600년 넘게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 걸린 그의 초상화 앞엔 바이올린과 오보에, 호른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선율이 흐른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그를 위해 작곡한 48번 교향곡 ‘마리아 테레지아’ 2악장이다. 하이든은 1773년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문을 방문한 테레지아 여왕을 환영하기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교향곡에 귀 기울이다 보면 테레지아 여왕이 통치하던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전시 작품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건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왜 이 음악이 이 그림이 있는 데서 나오는지 알아 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를 지나 각양각색의 갑옷이 진열된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선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들렸을 법한 웅장하고 장엄한 미사곡이 울려퍼진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궁정 악장 필리프 드 몽테가 작곡한 ‘인시피트 도미노(Incipite Domino)’다. 예술 애호가로 알려진 루돌프 2세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코 프라하로 옮기면서 음악 거장들을 불러모았다. 황금색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리본 장식 갑옷’이 그가 입던 것이다.

2부와 3부 사이에 있는 통로에선 서정적인 바이올린 소리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요제프 2세가 후원했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41번 교향곡 ‘주피터’ 2악장이다. 41번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곡이다.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를 감상할 수 있는 방 안에선 바흐의 대표곡인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과 ‘바로크 음악의 아버지’의 만남인 셈이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방 안에서 관람객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그리스 신화 속으로 들어간다.

눈 감고 클래식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높이 2.7m짜리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 앞 벨벳 소파에 비치된 헤드셋을 쓰면 비발디부터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등 이번 전시와 관련된 클래식 음악 14곡을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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