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를 인공위성의 차세대 태양광 발전기용으로 적용하면 위성 제작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사진)는 연구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 후보 중 한 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연구자다. 그는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때 필요한 빛 흡수 화학물질이다. 처음 발견된 것은 1839년이지만 액체 상태로만 존재해 안정성이 떨어졌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를 고체 상태로 만드는 기술을 발견해 논문으로 발표하고 에너지 전환 효율을 2%대에서 6.5%대로 크게 높였다. 그는 “후속 연구로 에너지 전환 효율이 꾸준히 올라가며 현재는 이론상 한계에 근접한 20%대 중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논문은 이날 기준 전 세계에서 7500회 이상 인용됐다. 논문 피인용지수 세계 상위 1% 수준이다. 박 교수 연구 이후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전지에 적용하는 연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1년 0편이었던 관련 연구는 이후 매년 1000편 이상 나왔다. 현재까지 누적 2만9000편 이상의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이런 연구 성과에 과학기술 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는 박 교수를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후보 중 한 명으로 뽑았다. ‘노벨상을 예고하는 상’으로도 알려진 영국의 ‘랭크상’을 작년 9월 받기도 했다.
지금은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연구자이지만 박 교수도 대학원생 시절엔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서울대 화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2년 차 시절 수개월간 매달렸던 실험 결과가 논문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결혼도 한 상태여서 박사 수료만 하고 취업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독한 ‘연구벌레’인 그는 ‘1일 1실험’ 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겨울방학 동안 두 달 넘게 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는 매일 아침 도서관을 찾아 해외 유명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을 복사했다. 이후 연구실에 박혀 실험 방법을 재현했다. 박 교수는 “서로 다른 실험을 수십 번 반복하며 연구방법론을 공부하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이 잡혔다”고 했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빛 흡수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근본적인 원리를 찾아내면 앞으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의 최종 목표에 대해 “해외 석학들은 70세에 연구한 성과가 90세에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연구실에서 실험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 답했다.
수원=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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