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이 마른 국내 바이오업계는 자구책을 쏟아내며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보릿고개를 넘겨 살아남는 데 회사 운영의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선 “신약 개발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아이큐어는 보유 중인 경기 안성과 평택에 있는 유휴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청구에 대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 급락 탓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쪼그라들어서다. 당초 800억원을 조달해 477억원을 사채 상환에 쓸 계획이었지만, 증자 규모가 403억원(1차 발행가액)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 자산에 대한 담보 대출과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실험장비까지 내다 팔고 있다. 신약 개발 회사의 핵심 자산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도 매물이 됐다. 비상장 바이오벤처인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이프라인 가치(가격)를 너무 낮게 쳐주려고 해서 철회했던 기술이전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파이프라인을 넘기려는 것이다.
상장 문턱까지 갔던 한 바이오벤처는 최근 임직원 3분의 1을 구조조정했다.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바이오벤처 창업자 상당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았다가 지분이 희석돼 대출을 끼고 회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바이오벤처 최고경영자(CEO)가 많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월급으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지경에 이른 창업자가 꽤 많다”고 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의료기기 업체 B사 대표는 증권사에서 150억원 넘게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매달 6000만원가량을 이자 상환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담보대출이 막힌 CEO들은 보유 주식을 아예 담보로 맡기고 급전을 조달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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