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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칼럼] '마녀 김진태' 프레임 이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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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신세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레고랜드 무리수’로 채권시장을 붕괴시켰다는 비난에 휩싸인 김진태 강원지사 얘기다. ‘50조원+α’의 막대한 혈세 낭비를 불렀다는 낙인도 횡행한다.

번지수가 꽤나 틀린 공격들이다. 김 지사는 대출이자만 연 100억원인 부실 출자사와의 절연을 결행했을 뿐이다.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여도 선택 가능한 적법 권리다. 회생 신청을 보증채무 변제 거부로 해석하는 것도 ‘오버’다. 처음부터 변제를 약속해왔고 일정까지 제시됐다. ‘파산 시에도 보증채무 전액을 강원도가 떠안는다’는 계약서까지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위험을 알리는 ‘탄광속 카나리아의 울음’ 같은 이벤트로 보는 게 합당하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을 마비시켰다’는 비판은 악의적이다. 예정된 파국일 뿐이다. PF 대출 중단은 작년 말부터 지방과 외곽지 사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올 하반기 들어선 증권·저축은행의 대출·차환 거부가 잇따랐다. 마지막 보루였던 농협 대환대출마저 끊긴 게 8월 말부터다.

‘마녀 김진태’ 프레임은 채권시장의 악습과 후진성을 고착화할 것이다. 금융사들은 PF 사태를 키운 핵심 방화범이다. 마구잡이 투자로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내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사태가 터지자 이번에도 재빨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정부 자금 지원을 압박 중이다.

2011년 온 나라를 강타한 저축은행 사태가 바로 PF 부실에서 비롯된 일이다. 판박이 위기는 불과 2년 전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돈풀기’로 초호황을 누린 PF 시장은 2020년 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가장 먼저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문 정부는 한국은행까지 동원한 ‘더 많은 돈풀기’로 디폴트설이 파다하던 증권사를 전부 구제했다. 증권사마다 PF 수익이 연 수천·수백억원에 달하고 수십억원 성과급을 챙긴 직원이 속출한 직후의 일이다. 수익은 전부 금융사와 직원이 먹고, 손실은 국민이 메워준 꼴이었다.

지독한 모럴해저드를 조장한 문 정부의 퍼주기는 불과 2년여 만에 더 큰 위기를 우리 앞에 불러냈다. 삐끗하면 공멸인 줄 알지만 결정적 국면에선 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란 믿음이 신앙처럼 똬리 튼 결과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위기도 금융권 예상대로 가고 있다. ‘김진태발 위기’라는 정치적 공격이 거세지자 정부는 3조원의 실탄을 PF 시장에 허겁지겁 풀었다.

마녀 프레임은 유동성 실종이 심각한 회사채·국공채 시장 해법도 왜곡시킬 태세다. 크레디트채권 시장의 마비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와 환율이 급등한 탓으로 김 지사와 거의 무관한 일이다. ‘탈원전’ 등으로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이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게 결정적이다. 위기대응 차원에서 자금 확보에 올인 중인 은행권의 은행채 남발도 유동성을 말렸다. 이런 사정을 외면한 채 마녀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에너지정책은 더 왜곡되고 시스템 위기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련의 패닉은 10여 년간 진행된 양적완화가 양적긴축으로 바뀌는 데 따른 거대한 변화의 단면이다. 집단오류를 강화해 가며 우물 안 해법에만 의존한다면 위기 무한반복은 불가피하다. 탐욕과 쏠림이 단죄하지 않고 용인할 때 더 큰 위기가 잉태한다. 채권시장 대책의 중심도 ‘전원 구제’보다는 해외 자산 리스크 관리, 수익 기반 확대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 빠른 긴축 와중에 마구잡이로 돈을 푸는 모순적 처방이 초래할 위험도 직시해야 한다. 좋은 정책을 내놓고도 파운드 추락을 부르고 만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실패를 남의 일로만 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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