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인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유례없는 수준의 감산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재고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생산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 업체는 내년 설비투자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6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예상되는 재고 규모가 매우 큰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생산 증가를 위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감산 선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설비투자도 줄인다. 노 사장은 “내년 투자는 올해보다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2008~2009년 금융위기 시절 업계 시설투자 절감률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의 투자 축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60.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LG전자는 TV 생산량을 줄이며 재고 조절에 나섰다. 3분기 7593억원 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도 이날 “당분간은 필수 경상투자 외에는 투자를 최소화하겠다”며 “연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4조5000억원 수준인 재고 자산을 연말까지 1조원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도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 14일 올해 설비투자를 계획보다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IT업계 전반에 걸쳐 생산과 투자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은/황정수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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