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협 영향력 의식했나
국회 내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발의한 개정안에서 “사기 등 무질서한 중개 행위로 국민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다. 기존 법으로는 시의적절하게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협회를 법정단체화하고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대해 ‘초당적인 협력’에 나선 배경엔 표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회원 수만 11만3000명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가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한공협은 지역별로 지회를 두고 있을 정도로 조직망이 탄탄하다.
한공협은 지난달 21일부터 여야 정치인 10명과 면담하며 입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만났다.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를 둔 정치인이라면 한공협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롭테크 “소비자 편익 침해”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들은 개정안 통과 여부에 “기업의 존폐가 달려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공협이 공인중개사에 대한 징계권을 앞세워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한공협이 공공연하게 대형 플랫폼의 직접 중개 진출을 반대했던 만큼 ‘시장 교란 행위’라는 이유로 플랫폼 영업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 부처도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협회 의무 가입을 법제화한 사례가 없는 데다 프롭테크 업계의 우려도 있어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혁신 막는 ‘제2의 타다 사태’ 우려
‘기득권’과 ‘혁신’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논란이 ‘타다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3월 여야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압력에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타다 운영사 VCNC는 국토부의 ‘합법’ 유권해석까지 받은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경우 지난 17일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게 최대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저가 수수료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위축되면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이 침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한공협과 프롭테크 업계는 그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 한공협은 부동산 플랫폼 기업 ‘다윈중개’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그간 세 차례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 설립된 다윈중개는 매수자에게만 법정 중개료율(0.9%)의 절반 수수료를 받고 매도자에겐 받지 않는 서비스로 인기를 끈 플랫폼이다.
지난해 7월에는 ‘직방’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매물 중개에 나서겠다고 하자 “중개업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직방 관계자는 “지역별 공인중개사 카르텔이 공고한 상황에서 플랫폼마저 없어지면 한공협에 속하지 않은 30만 명 이상의 공인중개사가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