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회원들의 부동산 감정평가 ‘문서탁상자문’을 금지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문서탁상자문이란 현장조사 없이 인근 시세 등을 토대로 예상가액을 알려주는 것을 뜻한다. 주로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자료로 사용된다. 협회는 2012년 문서탁상자문이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두탁상자문’ 형태로 추정가격을 제공하는 것만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두고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경쟁 제한으로 간주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문서탁상자문이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금지한 것은 감정평가 시장 내에서의 용역 거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에 협회가 반발해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2심 재판부는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탁상자문 시장의 용역 중 ‘문서’ 탁상자문이란 특정 방식이나 종류의 용역 거래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뿐, 탁상자문 시장의 용역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구두탁상자문이 가능한 상황에서 문서탁상자문을 제한한 행위가 시장 자체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용역 거래 제한 행위에 해당하려면 거래를 일부 또는 전부 제한하는 행위인지만 판단하면 충분하고, 대체 용역이 존재하는지를 고려해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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