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어닝쇼크(실적 충격)'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부진을 감안한 증권가의 영업이익 추정치(2조원)를 크게 밑도는 3분기 실적(1조6555억원)을 발표했다. 매서운 반도체 겨울을 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와 감산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익이 1조65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0.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매출은 10조9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순이익은 1조1026억원으로 66.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5%, 순이익률 10%다.
이는 증권업계의 기대치를 한참 밑돈다.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추정치)는 최근 3개월 기준 2조1569억원이었다. 최근 1개월래 영업익 추정치(1조9808억원)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업황에 부는 겨울바람이 예상보다 매서웠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D램, 낸드 수요가 줄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 생산 기업들의 출하량이 모두 감소했다.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이 개선됐지만,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 협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낸드의 3분기 평균판매단가(ASP) 하락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20%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6월 이후 이미 고객들의 과잉 재고 축소가 본격화됐고,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부진한 출하량을 만회하고 고객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분기 말에 추가 가격 인하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가 단기적으로 감소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며 "올해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를 개발했고,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지속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10조원대 후반)의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해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하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탓에 SK하이닉스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환경이 급변한 만큼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한다. 미래 팹(공장)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제품 믹스, 장비 재배치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비 내년 D램, 낸드 웨이퍼 생산량이 감소하고 당초 계획 대비 연말 선단공정 비중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수급이 개선되는 내년 하반기에나 실적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 평균판매단가 하락 지속, 재고 조정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제한적 공급 증가와 서버 중심의 메모리 재고 축적 수요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